우리는 꿈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표현도 부지기수다. '꿈자리가 사납다'는 미래에 불길한 일을, '돼지꿈'을 꾸게 되면 복권 생각을, '개꿈'을 꾸게 되면 몸조심해야겠구나 생각한다. 꿈에 대한 의미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간밤의 꿈을 무시하지도 못한다. 현실에선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사람과 대화도 하고, 돌아가신 분들이 나타나 난해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간다.
서양 사람들은 꿈이 억압된 성적 충동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한다고 생각한 반면, 동양 사람들은 인간의 영적능력이 꿈에 발현되어 길흉을 예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해석 기준이 다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꿈을 해석하기 위해 집착해 온 것은 사실이다. 꿈의 추상성과 상징성이 사람들의 심리(마음)와 미래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근 뇌신경과학에서는 꿈이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수면 중에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수면 중 우리 뇌는 아주 깊은 잠에서 얕은 잠으로 수면의 단계가 주기적으로 바뀐다. 흥미롭게도 얕은 수면 단계에서 우리 눈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이 상태를 렘(REM)수면이라 한다. 우리가 꾸는 꿈은 대부분 이 렘 단계에서 발생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이 태아 시기, 특히 임신 후기에 가장 왕성하게 발생하며, 그 시간이 출생과 함께 점차 줄어든다고 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가 벌써 꿈을 꾸고 있을 뿐 아니라, 꿈꾸는 시간도 가장 길다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렘수면 동안 태아의 신경세포들은 연결되고 확장된다고 밝혀졌다. 특히 뇌의 시각정보가 처리되는 곳이 두드러지게 활동한다. 이러한 뇌의 활동은 무엇인가 경험하고 있을 때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꿈이 일종의 가상현실 역할을 하여, 태아로 하여금 실제 경험을 하지 않고도 그 경험이 가져오는 결과를 획득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자는 동안 수많은 꿈을 꾸지만 단지 그 일부만 기억한다. 아울러 꿈에 나타나는 내용의 20% 정도만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상황이라는 사실은, 꿈의 기능이 있을 법한 상황을 연출하여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요구되는 뇌의 상태를 워밍업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그날 하루 동안에 필요한 의식 상태를 자동차 엔진의 튠업과 같이 미리 예행연습을 해 두게 하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꿈이 난해한 것이 아닐까? 이제부터는 지난 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해서 크게 신경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나마 개꿈이라도 꾸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그것은 뇌가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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