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 준공영제 폐해 얼마나 더 있나

버스업체, 이번엔 정비직 근로자 임금 유용

버스 준공영제의 운영기반은 시민 세금이다. 핵심 대중교통수단이지만 누적적자로 운영난을 겪으면서 대구시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시가 29개 버스회사에 지급한 보조금은 무려 780억원.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시는 철저한 감시를 해야 하고 버스업계는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표준운송원가의 허점을 이용한 버스 업체들의 정비사 임금 소급분 유용 논란으로 준공영제는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정비사 인건비는 눈먼 돈

시는 정비직 근로자의 인건비를 표준운송원가상 고정비로 일괄 지급하는 표준정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06년 정비직 근로자들의 임금이 버스 기사의 58% 수준에 그치면서 반발이 커지자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키로 하고 2007년과 2008년에만 표준운송원가 인상과 함께 인건비 소급분 16억7천만원을 두 차례 나눠 지급했다. 그러나 정비직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 소급분은 업체들에게는 '눈먼 돈'이었다.

29개 시내버스 업체 중 소급분 전부를 지급한 업체는 6곳에 불과하고 600만원 이상 지급한 업체는 3곳, 300만~350만원을 지급한 업체는 10개 회사였다.

이들 업체는 2007년 혹은 2008년 중 한 해 분만 지급하거나 급여에 관계없이 300만원 안팎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정산했다. 또 인건비에 포함된 4대 보험료와 목욕비 등 복리후생비를 내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사라진 금액은 7억여원에 이른다.

◆업체들의 미지급 사유는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건 현재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지급 방식의 허점 때문이다. 표준운송원가상 인건비와 정비비 타이어비 등 고정비 항목들은 버스 1대당 원가를 산정해 지급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 상태에 따라 업체들이 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업체들이 정비사 처우 개선을 위해 지급받은 인건비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사용하더라도 법적인 제제 수단이 없다. 다만 법인 재산을 업체 대표가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한 정도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이 인건비 소급분의 지급을 미루면서 내건 이유도 다양했다. A업체의 경우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위로금 등으로 150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회사 경영에 사용하겠다"는 핑계를 댔다. B업체는 버스 1대당 고정비로 인건비가 지급되는 사실을 이용해 노후 차량을 폐차하면서 새차 출고까지 비는 기간을 인건비 소급분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임금 인상을 이유로 소급분 일부를 제외한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C업체는 2007년 월급을 20만원씩 올려주고는 시의 표준급여보다 높다며 소급분을 주지 않았다. 정비사 B씨는 "인건비 소급분을 달라고 해도 '회사 자금이 없다'고 잡아떼기 일쑤"라며 "심지어 청소직원 임금까지 정비사 월급에서 빼가는 실정"이라고 불평했다.

◆돈만 주면 끝나나

정비직 근로자들은 업체당 차량 대수에 따라 2~10명이 있다. 또 업체 대부분이 정비사 연봉제를 하고 있어 해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한다고 정비사들은 입을 모았다.

한 정비사는 "회사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처지 때문에 속앓이만 한다"고 털어놨다.

대구시도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 법적인 제제 수단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시내버스정비노조 강신광 위원장은 "노동청에 임금 미지급 사례를 고발하고 대구시에 몇 차례 항의했지만 '개별 업체에서 지급한 인건비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준공영제 하에서 보조금 유용이 대구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몇몇 업체들이 인건비를 부풀려 지급받기 위해 관리직 근로자를 정비직 근로자로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정비직·세차직 근로자의 인원 수와 실제 지급된 급여 규모 등을 조사해 정비직 근로자의 임금 지급 방식을 표준정산 방식에서 실비정산 방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표준운송원가상 임금보다 지나치게 낮게 집행을 했을 경우 표준운송원가를 재산정할 때 보정할 수 있다"며 "임금 인상분이 정비사들에게 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원가 산정시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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