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각종 의혹으로 '양파 총리'라는 비난을 샀지만 자신이 촉발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잇따라 말을 바꾸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
정 총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 조찬토론회에서 "기업중심 도시라는 말은 안 써줬으면 좋겠다. 오해할 수 있다"며 "세종시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경제도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들어가야 잘사는 게 맞지만 기업중심 도시는 다른 데도 있다"며 "다른 기업중심 도시 사람들이 세종시에 특혜를 줄까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13일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에서 "행정중심에서 기업중심으로 도시 개념을 바꾸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지 닷새 만의 일로, 원칙과 철학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운찬 국무총리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양치기 소년"이라며 "총리 취임식 직후엔 '송도 같은 도시', 4일에는 '녹색·과학·지식도시', 6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교육·산업도시' 식으로 식언을 버릇처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종시 문제가 국정의 전부인 것처럼 몰고 가는 모양새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새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12월 2일로 불과 1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대로 가다간 세종시에 대한 야당 반발로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또 각종 민생 법안도 산적해 있지만 세종시 문제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정 총리가 제대로 처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유선진당은 이날 소속 의원 17명 전원이 서명한 '정운찬 국무총리 해임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정 총리가 총리직을 수행할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선진당은 "총리가 이전 대상 기업을 점찍어 놓고 마치 토끼몰이를 하듯 기업 이전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회유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정면 위반하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무원칙 행보'에 대해 여론도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 역할에 대한 평가에 대해 부정 평가(44.3%)가 긍정 평가(26.5%)보다 훨씬 높게 조사됐다. 아울러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항목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34.9%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정 총리는 0.7%에 그쳤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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