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Halloween). 피를 뚝뚝 흘리는 망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살인자들도 이날만큼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던 외계인들은 인간 복장을 벗고 지구인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닌다. 이것은 SF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전세계에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 매년 10월 31일 바로 핼러윈의 풍경이다.
한국, 특히 대구에서는 미군부대나 동성로 근처 로데오 거리의 클럽과 같은 특정한 장소에 가지 않는 이상 진정한 핼러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이에 반해 핼러윈을 즐기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날이다. 대략 핼러윈 2주 전부터 사람이 많은 42가 타임스퀘어나 12가 유니온 스퀘어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괴상한 코스튬(costume)을 입고 거리행진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상점들도 핼러윈 시즌이 되면 분주해진다. 핼러윈 특수를 노리기 위해서다. 밤이 되면 도깨비'마녀'해적 등으로 가장한 어린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Trick or Treat)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초콜릿과 캔디를 얻어 간다.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막론하고 이날만은 어떠한 분장과 옷을 입어도 허용이 된다.
핼러윈 당일, 사실 가벼운 감기 기운으로 외출하고 싶진 않았지만 다음날이 룸메이트의 생일이라 생일 선물도 사야해서 겸사겸사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는 순간 외출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의 가장 멋진 계절은 가을이라 했던가. 집 앞 가로수들은 이미 화려한 빛깔로 변신했고, 성질 급한 녀석들은 이미 바닥에 내려앉았다. 바삭바삭 밟히는 낙엽, 짙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다.
오후 1시, 타임스퀘어 앞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미 유명해진 네이키드 카우보이도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 머리 위에는 온통 뿔이 달려 있고 피투성이의 사람들이 비뚤비뚤 걸어 다닌다. 신기한 마음에 연방 사진을 찍어 댔다. 그들도 사진을 즐기는 듯, 즐겁게 웃으며 포즈를 잡아준다.
타임스퀘어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맨허튼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Macy's에 갔다. 이곳 점원들 또한 핼러윈을 맞이하여 멋지게 코스튬을 차려 입고 있었다. 한국 백화점의 점원들의 일년 내내 같은 정장차림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에 한 번 놀라고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던 점원이 온몸에 피범벅을 하고 있어서 두 번 놀랐다.
이날 저녁,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뉴욕의 핼러윈 퍼레이드가 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주변에서 시작하여 업타운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시작 시간인 오후 7시에 맞추어 갔다. 도착하니 역과 거리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를 기준으로 사람들이 최소 6, 7겹 에워싸고 있어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핼러윈 퍼레이드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뒤꿈치를 들어 억지로 보려고 하면 겨우 퍼레이드 참여자들의 머리만 보일 뿐이었다. 조금씩 앞으로 밀고 가면서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보려는 찰나 꾸물거리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힘겹게 무거운 카메라를 들어가며 찍던 사진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퍼포먼스를 하던 사람들은 더더욱 신명나고 즐겁게 그들의 임무를 다한다.
비록 비를 맞아 감기가 조금 더 심해지긴 했지만 퍼레이드와 재미난 복장을 한 사람들로 그날 하루는 아주 즐거웠다. 오늘의 경험을 살려 추수감사절(11월 26일)에 있을 Macy's에서 주최하는 뉴욕에서 가장 큰 퍼레이드에는 2, 3시간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 봐야겠다. 이 행사는 핼러윈보다 더 사람들이 붐빈다고 하니 규모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핼러윈-고대 켈트인의 삼하인 축제에서 비롯되었는데, 죽음의 신을 찬양하고 새해와 겨울을 맞는 축제. 그리스도교의 전파와 함께 핼러윈 축제는 모든 성인(聖人)의 날 대축일(11월 1일) 전날 밤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hallow'란 '성도(聖徒)'를 뜻하며, 'All Hallows' Eve(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가 줄어서 'Halloween'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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