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살의 성공한 정형외과 전문의 고든은 아내가 여섯 살 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리자 나를 찾아왔다. 아내는 그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 툭하면 화를 내고, 혹독하게 비난을 해대는 남편에게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고든은 의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저를 때린 건 맞습니다. 잘되라고 때린 거지요. 그런데 그게 제 결혼 생활까지 망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가 고든의 인생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다.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에 나오는 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늘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를 의심해보라. 어릴 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나 가치를 상실한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고통의 스펙트럼을 보인다. 부모들은 가끔 실수는 하지만, 대개는 이해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하지만 가끔 아이의 삶을 좌지우지하려고 들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군림하려는 부모들이 있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해를 끼친다. 부모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는 유독성 화학물질과 같이 천천히 그리고 깊숙하게 침투해 아이가 자란 후에도 계속 고통을 주고, 그 아이가 부모가 되면 자신의 아이에게 다시 상처를 입힌다. 특히 신체적인 학대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된다. 저자가 독이 되는 부모를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건강하지 못한 가정, 병든 가정이 대를 이어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부터 그 고리를 끊어 스스로 고통에서 놓여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러면 어떤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일까? 잔인한 말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가 있다.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네가 뭘 하겠니, 믿었던 내가 바보야 등.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도 있다. 인격적 존재로서 자식을 인정하지 않고 신처럼 군림하는 부모도 있다. 보호와 보살핌이라는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무능한 부모도 있다. 자식을 조종하는 부모도 있고,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성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도 있다. 아무에게도 호소할 수 없는 연약하고 어린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아이를 병들게 한다. 이런 가정은 병든 가족이다. 병든 가족은 자식에게 끝없는 고통을 주고 성인이 되어서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독이 되는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들-독이 되는 부모를 용서하지 말라고 한다. 독이 되는 가정에서 자란 것은 당신의 책임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당신에게 고통을 준 부모에게 직접 분노를 표현하라고 권한다.
성폭행을 당한 자녀에게도 절대 네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애도할 것을 권한다. 가까운 이들을 잃었을 때 애도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부모의 질곡에서 놓여나기 위해서도 애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고통을 준 부모와 대면하기를 권한다. 대면하여 부모가 자신에게 준 고통에 대해 솔직히 말한다.
부모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을 때 자신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털어놓는다. 만약 부모가 돌아가셔서 대면이 어렵다면 편지를 써서 무덤 앞에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부모가 준 고통을 대면한 다음 그것으로부터 놓여나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잔인한 말과 학대, 폭행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들이다. 그렇게 할 때에만 고통의 순환이 끝난다는 것이다. 저자 수잔 포워드는 미국의 심리치료 전문의로 심리치료 및 상담 활동을 하고 있으며, '흔들리는 부모들' '그들은 협박이라 말하지 않는다'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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