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으로 얻은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화론의 정설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버지가 아무리 훌륭한 학문적·예술적 업적을 쌓았다 해도 그의 아들이나 딸에게 이것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하며 후천적 환경이 선천적 유전형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트로핌 데니소비치 리센코다.
그는 겨울 밀을 물에 담가 저온처리한 다음 봄에 파종해 더 많은 수확을 거두는 방법으로 자신의 학설이 옳음을 증명했다. 이는 새로운 공산주의 인간형 창조에 골몰하고 있던 스탈린을 사로잡았다. 그는 '맨발의 과학자'로 영웅시됐고 그의 학설은 1948년 소련 공산당의 공식 이론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그의 연구업적은 대부분 조작됐거나, 특정한 조건에서 나온 예외적 결과였을 뿐이다. 이 같은 사이비 학설을 농업정책의 중심에 놓은 결과는 소련농업의 파탄이었다.
스탈린 사후 체제에 대한 비판이 가능해지면서 리센코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1964년 흐루시초프의 실각과 함께 학계에서 축출됐으며 1976년 오늘 사망했다. '리센코 사건'은 정치권력과 과학자의 야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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