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대구의 랜드마크, 동성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여행을 가면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걷기를 잘 택한다. 지난 뉴욕 출장에서도 수많은 미팅과 빡빡한 일정을 열심히 걸어 다니며 소화했었다. 몇 번의 출장 경험 덕분에 익숙해져 버린 이곳저곳을 걸어서 이동하는 나에게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택시를 타자며 볼멘소리를 쏟아냈지만 뉴욕의 거리는 자연스레 날 걷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진정 나를 걸을 수 있게 해주었던 힘의 원천은 뉴욕, 그 자체의 매력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공연들로 가득 차 있는 브로드웨이부터 구석구석 들어 찬 크고 작은 골목들, 완벽한 도심의 모습과는 달리 센트럴 파크를 통해 드러나는 여유로움이 보물찾기를 하듯 뉴욕의 매력을 드러내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있기 때문이리라.

맨해튼의 거리만큼 좀 더 걷고 싶어지는 거리, 동성로. 고민을 거듭할수록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20대의 어렸던 시절이 떠오른다. 동성로 구석구석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음악과 젊음에 취해있던 그때, 그 시절의 동성로와 뉴욕이 자꾸 머릿속에 겹쳐졌다. 왠지 모르게 그 때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듯했다.

얼마 전부터다. 반월당에서 대구역에 이르는 중앙로에 대중교통 외 일반 차량의 진입이 금지되었다. 솔직히 예전부터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중앙로의 교통체증을 경험했던 터라 이런 정책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게다가 지난봄부터는 동성로 일대에 '담배 연기 없는 거리'가 지정되었다. 주말이면 60만 명의 인구가 집중되는 대구시의 가장 중심인 동성로가 교통체증도 줄고 복잡한 인구 밀도 속에서 담배연기로부터도 해방된다니 선진화되어지는 것을 실감케 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발길이 뜸해졌는데 더욱 현대적이고 세련되기도 하지만 인간 친화적으로 변화한 동성로를 뉴욕에서처럼 다시 한 번 누벼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모든 약속과 만남이 이루어지던 젊음의 거리로서 대구의 유일한 '랜드마크'의 역할을 했던 동성로를 걷다 보면 마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즐겨 찾던 '음악 감상실'들은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젊음이 그 곳에 있다. 대한민국의 유행을 선도하는 멋진 패션과 맛있는 음식, 따뜻한 커피 한 잔과 2'28기념공원에서의 꿀맛 같은 휴식도 동성로에서는 가능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아직 정비가 한창이긴 하지만 날마다 새롭게 변모할 동성로를 생각하니 과거와 현재 속에 있는 나는 기대감이 넘쳐흐른다.

2011년은 지금보다 대구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게 될 것 같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대구 방문의 해'가 지정되었고 조심스레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면세점' 유치가 수면 위로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대구 시민들이 합심하여 준비해야할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다만 2011년뿐이겠는가! 한 번 대구를 찾았던 손님들이 다시 찾고 또 찾아오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도를 펼쳐들고 대구 전역과 무엇보다 대표적인 거리 동성로를 누비게 될 관광객들을 위해서 쇼핑과 식사 외에도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감동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공연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의 슬로건에 맞게 일 년 내내 선보이는 뮤지컬과 오페라, 각종 공연들을 단순히 집안 잔치로 끝내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는 동성로에 방치된 건물이나 지하공간을 이용해 중'소형 공연장들을 만들어 대구의 중심이 되는 동성로에서 좀 더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다양한 지역 창작물에서부터 세계적인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를 꿈꾸는 대구의 꿈이 동성로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다시 한 번 바란다.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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