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바람 속 살아남는 유형은?…직장인 처세술 엿보기

직장 생활에서 골머리 싸매는 모습
직장 생활에서 골머리 싸매는 모습

대구지하철건설본부장을 거쳐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된 한동수 청송군수는 젊은이들에게 일곱가지 쌍기역(ㄲ) 얘기를 자주 한다. '꿈, 끼, 꾀, 끈, 깡, 꼴, 꾼'이 바로 그것. 성공을 위한 7가지 키워드가 모두 쌍기역으로 시작된다. 중요한 얘기다. 하지만 젊은 직장인들이 튀는 패기와 열정만으로 조직문화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대기업 간부는 말한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튀어라.' 직장이나 조직문화에서 보면 튀는 데만 열중한 사람은 결국 딴 곳으로 튀게 된다. 자신이 지치고 다른 선·후배, 동료를 원망할 정도가 되면 차라리 정중동(靜中動)하고 있느니만 못하다.

올해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와 여론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공동으로 직장인 1천262명을 대상으로 '재직 중인 회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직장인의 성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4%가 '사내에서 모든 것이 계획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충동적'이라는 응답은 10.6%에 그쳤다. 그렇다. 튀는 것도 자신의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또 '융통성'도 성공 직장인의 큰 특징. '원칙주의'는 17.4%에 머물렀다. 또 직장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외향적이면서도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 칼바람 '난 아니야'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독야청청 승진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이들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을 알고 있다. '현실의 회사는 직원들의 편이 아니며 직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파하고, 회사에 득이 되는 일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이들이다. 물론 조직 전체의 화합에 해가 되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직장 동료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고 이직하는 판에 홀로 과장 자리를 꿰찬 박성석(35·자동체 부품업체)씨는 "제가 고안해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으며 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사실 칼바람이 불고 있을 때도 실세 부장이 '너는 걱정 말고 일이나 해라'고 귀띔을 해줬다"고 털어놨다.

성서공단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강모(43) 부장도 직원들 중 절반이 나가는 와중에 살아남았다. 강 부장은 "회사 사장과 임원들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어서 더욱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 인력개발팀장과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의 저자 신시아 사피로는 회사의 입장을 잘 파악한 직원들이 승진의 기회를 잡는다고 역설한다. ▷회사에 헌신한 직원 ▷회사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 직원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어서 회사의 치어리더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승진 대상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회사의 본업을 제외한 부업을 하는 이들 ▷회사에 기여도도 높지만 불평이 많은 직원 ▷개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팀워크를 해치는 사원 ▷무조건 충성하고 따라만 하는 예스맨은 사실 위험한 부류다. 실제 구조조정을 할 때는 이런 요소는 해고에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난 어떤 유형인가, '얌체형(?)'

어떤 유형이 위기에 강하며 어려운 회사상황에서 살아남기에 적당한가.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www.opensalary.com)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www.embrain.com)이 직장인 1천539명을 대상으로 위기, 선택의 기로 등 다양한 상황과 그로 인해 얽힌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처세술로 헤쳐나가는지 조사한 것이 재밌다. 처세의 유형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유형은 '얌체형'. 눈치 빠르고 물정에 밝아 자신에게 이득 되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잇속을 차린다. 직장인들 중 3분의 1이 성공한 직장인으로 이 유형을 꼽았는데 눈치가 빨라 사내정보 확보에 능하고, 자신을 위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

두번째로 많이 꼽힌 유형은 '햄릿형'. 매사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다소 답답해 보일 수는 있지만 실수가 적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형인 까닭에 직장에서 성공한 경우가 많았던 것.

일과 사람을 온화하게 대해 사람 좋단 얘기를 듣지만 차릴 이익은 별로 없는 '허허실실형', 뚜렷한 원칙을 정해놓고 무조건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정면돌파형' 등도 성공하는 유형으로 나타났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뭐든 좋게 웃으며 넘어가는 '하회탈형', 평소엔 물 흐르듯 하다가도 가끔 한번씩 무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카운터펀치형', 남 눈치 안 보고 서슴없이 자신의 뜻과 기분대로 행동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형',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흐름에 묻어가는 '그림자형' 등도 있었다.

인크루트 장우근 대구지사장은 "자신이 가진 기질이나 성품까지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직문화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맞춰가는 노력은 해야 하며, 그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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