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판단하라

국회 국방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에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위한 금액을 반영키로 합의했다. 노후한 현재의 전용기 대체를 위해 임차료만 예산에 포함시킨 것을 야당 의원이 나서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와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전용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 전용기 도입 사업을 새 항목으로 추가했다. 국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야당의 반대 등을 우려해 포기한 정부의 계획을 야당이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차기 대통령이 이용할 전용기 구입을 왜 현 정부에서 추진하느냐'고 반대,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는 1985년에 도입한 것으로 내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지금도 대통령의 장거리 해외 순방시에는 민간 여객기를 빌려 쓰고 있다. 임차료도 만만찮다. 이번에 국방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4년간 임차료로 책정된 액수는 1천433억 원이었다.

정부로서도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빌려 쓰는 것보다 구입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 정부 시절 반대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야당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다. 도입 쪽으로 방향을 틀게 한 장본인인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할 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전기료 5만 원을 못 내는 빈곤층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무산시켰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 건은 모처럼 여야가 현안 처리에 있어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결정한 일로 비쳐진다. 그러나 지금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등 현안에서 맞선 여야의 자세는 우리 의원들이 과연 자신이나 소속 정당의 이익보다 먼저 나라를 걱정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정부 여당은 4대강을 살리는 일이라고 홍보하고 야당은 4대강 죽이기라고 규탄하는 극한 대립은 국민들에게 독선과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비칠 뿐이다. 행여라도 사업의 성과가 누구에게 득이 될까를 따진다거나 전 정부의 일이기에 반대한다면 그야말로 당리당략이다.

극과 극으로 맞서 싸우는 여야의 대립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만다는 것은 이번 대통령 전용기 도입 건에서 증명됐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10년 20년은 내다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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