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종구입(病從口入), 화종구출(禍從口出)'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병은 입을 통해 들어가니 음식을 조심해야 하고, 재앙은 입을 통해 나가니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 중에서 1위'라고 소개되는 위암에도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음식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불에 탄 음식'이다. 현대의학은 음양오행과 같은 동양적 신비가 없는 오로지 '증거 중심' 의학이다 보니 여기에도 물론 증거가 있고 그 배경이 되는 실험이 있었다.
일본의 한 학자가 일본인들에게 위암이 많은 원인을 찾다가 그들이 즐겨먹는 것 중에 태운 음식이 많다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실험동물인 쥐에게 쇠고기의 태운 부분을 갈아서 그것만 오랫동안 계속 먹이니 암이 잘 생기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도 이유를 밝히기 위한 복잡한 생화학·병리조직학 실험이 당연히 뒤따랐다.
내가 알던 어느 의사 분은 불에 태운 바비큐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래서 주변의 의사들이 태운 음식이 위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첫째, 나는 실험에 쓰인 쥐들처럼 오로지 태운 것만 끼니마다 먹는 것은 아니다. 둘째, 나는 야채나 과일은 물론 다른 음식들도 같이 먹는다. 셋째,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는 쥐가 아니다."
그분은 고령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위암으로 돌아가신 것은 물론 아니다.
어쨌거나 실험의 증거가 있으므로 의사로서 나는 불에 탄 음식은 여전히 멀리할 것을 권한다. 우리가 비록 쥐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병종구입(病從口入)이라지 않는가?
화종구출(禍從口出)은 중국 언론이 외국 정치가들의 말실수를 비꼴 때 즐겨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영향력 있는 정치가들의 말이 재앙을 부른 것은 종종 있었지만, 현대의 미디어는 평범한 일반인의 말로도 가공할 위력을 나타낸다. 요즘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대생이 사려 없이 내뱉은 말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지혜로울수록 말을 더 단순하게 한다"고 했다. 그만큼 말을 아끼고 한마디라도 신중하게 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도 말이 쉽지 그렇게 만만하면 고사성어까지 있겠는가? 아끼고 가려서 하기가 그렇게 어려우니 차라리 말을 안 하면 화(禍)도 없지 않을까?
소설가 김훈은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대중가수 이태원은 '솔개'라는 노래에서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이라고 노래했다. 그 노랫말은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오랜 마음 고생 끝에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다. 우리는 날으는 솔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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