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요원해진 화학적 통합

경북대와 상주대의 행정·재정 체제 일원화가 19일 교수회 평의회의 학칙 개정 절차를 통과함으로써 두 대학의 물리적 통합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노동일 경북대 총장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체제 일원화 계획을 밝힌 지 20일 만이다.

통합 경북대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시점이지만 되짚어보면 걱정이 앞선다. 통합 이후 1년 8개월 동안의 평가가 전국 최하위에 그친 이유를 이원적인 체제 탓으로 돌린 것도 문제거니와 상주의 행정·재정 기능을 사실상 없애면서 사전 협의는커녕 사후 설명조차 않았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노 총장은 계획 발표 후 상주캠퍼스를 방문하려다 '상주 쪽 교수들이 공격을 퍼부을 태세'라는 이유로 취소했다고 한다. 통합 이후 총장이 부총장으로 격하되고 기구도 2개 처로 줄어든 마당에 그마저 없애려 든다면 반대는 당연하다. 노 총장이 상주의 교직원과 학생들을 진정 한 식구로 여겼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앞장서 설득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

19일 열린 교수회 평의회 과정도 씁쓸하기 짝이 없다. 학칙 개정안은 표결을 통해 찬성 25, 반대 4, 기권 1로 통과됐다. 압도적인 여론으로 보이지만 한 교수는 "찬성할 사람만 오고 반대할 사람은 아예 오지 않거나 중간에 자리를 떴기 때문"이라며 "회의 시작 2시간이 되도록 의결 정족수를 못 채워 정회를 하고 교수 5명을 더 불러 투표한 건 교수회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장이 평의원들에게 일일이 협조를 구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생겼다니 더 황당하다"고 했다.

가장 우려스런 문제는 두 대학의 화학적 통합이 한층 요원해졌다는 사실이다. 통합 당시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에다 통합을 위해 기꺼이 기득권을 포기한 상주대 집행부마저 팽개쳤다는 비난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상주캠퍼스 한 교수는 "통합 이후 숙지지 않은 상주캠퍼스 내 갈등을 지금껏 모른 체하다 이를 빌미로 체제 일원화를 추진하는 건 통합의 과실만 챙기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재정 체제가 일원화된다고 통합이 끝나는 건 아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국립대의 '장관급' 총장으로서 노동일 경북대 총장이 두 대학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격에 걸맞은 설득과 배려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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