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미술 시대…<1>담장벽화, 마을에 예술을 입히다

회색빛 담장에 '꽃'이 활짝 피었어요

안동 신세동 성진골 담장벽화
안동 신세동 성진골 담장벽화
경주 양남면 나아리(원전마을) 담장벽화
경주 양남면 나아리(원전마을) 담장벽화
통영 동파랑 담장벽화(국내 1호)
통영 동파랑 담장벽화(국내 1호)

삭막한 도심에도, 소외된 시골 마을에도 예술의 향기가 퍼지고 있다. 대한민국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공공미술의 바람이 거세다.

담장벽화, 그래피티, 조각공원 등. 한정된 공간의 갤러리가 아닌 주민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공공미술은 도심 골목길에서, 마을 산책로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주거 환경이 악화된 도심, 인구가 줄어드는 시골 마을이 공공미술을 통해 '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시리즈 순서

1. 담장벽화, 마을에 예술을 입히다

2. 그래피티, 미지의 공공디자인 영역

3. 조각공원, 시민과 호흡하는 예술공간

4. 공공미술의 한계와 가능성

어둡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회색빛 골목이 색색의 꿈을 머금은 환한 빛으로 채워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전국 골목 곳곳에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담장벽화 이야기다.

담장벽화는 허름한 시골 동네를 순식간에 예술마을로 변모시키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담장벽화를 통해 공공미술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달동네와 어촌마을의 깜짝 변신

19일 안동시 신세동. '성진골' 입구에 들어서니 세 가족의 인물상이 시선을 끈다. 동부초교 담장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서니 국보 '7층 전탑'이 빌딩 담장을 채우고 있다. 배달통을 한 손에 짊어진 채 오토바이로 달리는 배달원의 모습이 친근감을 자아내더니, 아이들 손을 거친 타일 작품이 기분을 환기한다. 누구네 담장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가득 피었고, 누구네 집 벽에는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귀여운 고양이가 파수꾼 역할을 하고 개 한 마리가 멀리 아랫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누추한 회색 공간의 마을 전체가 자연과 동물로 가득한 화사한 공간으로 변했다.

성진골은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형성된 전형적인 달동네. 한눈에 봐도 오래된 1층 주택이 다닥다닥 붙은 이곳이 화려하게 변신한 건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진행된 '2009 마을미술 프로젝트' 덕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진행한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을 통해 서민층과 소외 계층의 생활 환경을 미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 안동대 미대 학생들이 주민과 소통하며 성진골에 변화를 불러왔다. 주진도(64) 통장은 "벽화 사업 이후 마을이 한층 밝아졌다. 소문이 나면서 서울에서도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웃음지었다.

같은 날 경주 양남면 읍천리 일명 '나아리' 마을. 여름 피서철의 흥분이 가라앉은 작은 어촌마을에서 낯선 이를 반기는 것도 담장벽화였다. 폐창고에 그린 벽화에선 고래가 춤을 춘다. 눈을 부릅뜬 올빼미는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풍어를 바라는 어민의 바람을 담은 벽화 곳곳에 물고기가 날고 있다. 화사하게 핀 꽃은 덤이다.

이 벽화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펼친 '찾아가는 미술관: 원자력을 찾아온 태권 V' 행사를 통해 그려졌다. 지역 화랑, 고교 및 초교생들이 참여해 스산한 어촌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왜 담장벽화인가?

21일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 전국 담장벽화 사업 1호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강구항을 내려다보는 달동네인 동피랑 마을에는 좁은 골목길 담장마다 형형색색의 미술작품이 수를 놓았다. 해안마을의 특성을 살린 귀여운 고래 그림이 관광객을 위한 사진 배경이 된다. 백사장에선 코끼리가 코스모스를 뿜어댄다. 아이들은 황인, 백인, 흑인 인종 구분없이 한데 어울려 소꿉놀이에 정신이 팔렸다. 철판이나 슬레이트로 된 지붕도 파랑이며 주황, 녹색으로 옷을 입었다.

어느 곳 하나 모자람 없이, 그렇다고 치우침도 없이 꽃단장을 한 동피랑 마을은 이미 유명 관광지가 됐다. 아침 이른 시각에도 관광객들이 골목 곳곳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동피랑 마을은 전국 지자체마다 줄을 잇고 있는 담장벽화 사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 담장벽화는 단순한 환경 개선 효과를 넘어 관광 자원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각 구·군청과 경산·청도 등 경북도 시·군 역시 담장벽화와 도시 디자인 개선 사업을 연계하는 계획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글·사진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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