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신천동 한우리가족사랑센터에서 10여명의 결혼이민여성들과 자녀들이 한데 모여 한글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크레용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거예요. 그 전에 크레용이 뭔지, 색깔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두면 좋겠죠?"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책을 읽은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스케치북에 그림도 그려보고 색상도 배우며 우리말 어휘를 하나씩 익혔다.
수업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결혼이민여성들의 손에는 책이 한두 권씩 들려 있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0년은 대만에서 살다 4달 전 한국으로 왔다는 임미미(35·대만)씨는 "아직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지만 매일신문에서 제공해 준 그림동화책을 통해 열심히 한국말 공부를 하고 있다"며 "매주 3권씩 빌려 6세, 7세인 아들딸과 함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익히고 잘 모르는 단어를 익힌다"고 했다.
매일신문이 펼치고 있는 '다문화가정 사랑의 책보내기'사업이 결혼이민여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사는 10월부터 대구지역 다문화가정 40가구와 가족지원센터·복지관 등 10곳에 그림책 50세트를 지원했다.
한우리가족사랑센터 권경숙 대표는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늘 책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음을 써 주니 정말 고맙다"고 했다.
책을 선물받은 다문화가정에서도 감사의 전화가 이어졌다.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사토 게이코(여·달성군 옥포면)씨는 "7세 아이도 어렵지 않게 혼자 책을 잘 보고 있고, 큰 아이들은 책에 달린 CD를 활용해 즐겁게 놀고 있다"고 했다. 왕림화(달서구 신당동)씨 역시 "5세 아들이 매일 읽어달라고 조른다"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한글교실에 등록해야겠다"며 감사인사를 전해왔다.
매일신문사에서 다문화가정 그림책 보내기 사업을 하게 된 것은 그림책을 통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엄마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다보니 아이들마저도 학습과 언어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았다.
자문을 맡은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은 "그림책은 언어교육과 인지발달, 감성자극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적인 가치도 있다"며 "한국아이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상처받을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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