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새 사회발전 지표 개발에 대한 관심

얼마 전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존의 GDP 지표, 소위 국민총생산 개념 대신에 행복 GDP 지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마침 지난 10월 27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OECD 제3차 세계포럼에서는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의 개발'을 핵심 의제로 다루면서 GDP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데 사용해 온 척도는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쉬운 GDP였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을 가지고 각국이 얼마나 잘 사는지를 평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잘 사는 문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근래 들어 많은 학자들이 '삶의 질'(quality of life) 문제를 제기해 왔다. 삶의 질적인 측면은 양적인 측면과는 달리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따라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인간 삶에 대한 단편적인 관심이 아니라 폭넓은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행복한 삶에 대한 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기대수명, 삶의 만족도, 환경오염 정도 등으로 구성한 행복지수로 측정한 각국의 순서를 보면,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자메이카, 과테말라,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이 상위 순서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GDP 지표로 말한다면 일등국가에 속하지 않는 나라이다.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적 요소만으로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각국의 사회발전 정도를 GDP만으로 측정하고 비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 영국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레가툼 연구소(the Regatum Institute)는 경제적 기반 외에 민주적 제도, 건강, 거버넌스, 사회자본, 기업가 정신과 혁신, 교육, 안전과 치안, 개인 자유 등 9개 하위 영역, 44개 지표로 구성된 국가 번영지수(Regatum Prosperity Index)를 설정하고 전세계 104개국을 평가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학문적 차원의 관심을 넘어 OECD와 같은 국제기구가 삶의 질과 관련된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실이다. OECD는 잘 알다시피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속한 나라들의 기구로 경제개발협력기구의 약칭이다. 그런데 이 기구에서 사회발전의 지표로서 기존의 GDP가 아닌 새로운 지표, 즉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제창한 행복 GDP와 같은 대안적 GDP 지표를 모색한다는 것은 사회발전의 내용을 새롭게 성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대안적 GDP에는 경제적 요소 외에 삶의 질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요소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요소들은 질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계량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대안적 GDP 지표를 개발하는 데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사회발전의 지표는 사회발전의 실질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측정이 용이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기가 어렵겠지만, OECD가 기존의 GDP 대신 새로운 사회발전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각국의 사회발전 정도를 측정, 비교하는 데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세계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발전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경제개발의 참된 의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GDP를 국제적 비교기준으로 사용함으로써 경제개발의 본래 취지는 퇴색되고 각 국 사이에 부국강병의 경쟁의식을 부추겨 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전개되는 세계화는 이런 부정적 측면을 강화시켜 왔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화는 사회적 쟁점의 세계적 연관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킨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부산에서 열린 이번 OECD 제3차 세계포럼에서 그동안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온 미국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기조연설을 했다는 것은 그런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새로운 사회발전의 지표 개발에 대한 국제기구의 관심이 궁극적으로 지표 개발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 새로운 지표가 행복한 삶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촉발함으로써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이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희망해 본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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