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창당12주년 '봉숭아학당' 한나라당 현주소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21일로 12주년을 맞았다.

한국정당사상 한나라당은 공화당에 이어 두 번째 최장수 정당이 됐다.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정당이 대부분인 우리 정당사에서 한나라당의 존속은 경이롭다. 제1야당 민주당의 역사는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집권당이 안정돼 있지 않고 조만간 무너지거나 '딴나라당'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내 제세력들은 '단합과 결속' 혹은 '초심'을 입이 닳도록 이야기할 뿐 단합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창당기념일인 21일이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케이크를 자르는 지도부의 모습에서 창당 당시의 주역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총재와 '꼬마' 민주당 조순 총재가 합당하는 형식으로 탄생했다. 'DJP(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 연합'에 대항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일환이었다.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그후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에서도 정권탈환에 실패,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존폐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1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조 전 총재는 1997년 대선직후 정계를 떠났고 이회창 전 총재도 두번의 대선실패 후 정계를 떠났다가 지난 대선 때 자유선진당 총재로 복귀했다.

그들 대신 자축한 인사는 2007년 입당한 정몽준 대표였다. 박희태 전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이윤성 국회부의장, 김수한 상임고문 등의 모습도 보였지만 성대한 생일축하 기념식 치고는 썰렁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창당 때의 '초심'을 화두로 내세웠다. "12년 전 창당 때의 그 정신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거나 '단합해야 한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친이와 친박 간의 계파갈등이 세종시 논란을 통해 격화되면서 분당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박희태 전 대표는 "우리 당에 이렇게 많은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친 적은 없다. 이 어려움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단합이 최고"라고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은 하나다'라는 건배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서도 친박 측은 소외감을 느꼈다. 정 대표 다음 서열의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이 참석했지만 축사를 하지 못했다. 친박계 인사의 축사는 없었다. 대신 최근 전국위를 통해 최고위원이 된 정의화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당지도부가 단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자리에서도 이 같은 계파나누기 현상은 계속되고 있었다.

후임 당직자를 임명할 때, 친이인사 자리는 다시 친이인사를 찾아서 앉히고 친박 측 자리는 친박인사를 기용하는 구도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하긴 한나라당이 유명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봉숭아학당'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여전히 '관리형' 당대표는 여당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대로, 중진의원은 그들대로 각자 자기 팔을 흔든다. 당내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은 집권여당이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가는 무기력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주류로 전락한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여당내 야당'의 역할에 만족해한다. 12세짜리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 변신한 지 2번째 맞는 생일 치고는 너무도 한심하다.

서명수 정경부 차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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