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재경의 파워브리핑] 수시=논술, 중상위권대 합격 필수요소

2010 대입 논술로 본 향후 대비방향

주요 대학에서 2010학년도 수시2차 논술고사가 한창이다. 논술고사는 정시모집에서 시행 대학이 서울대와 일부 교육대 등 8개로 축소되면서 입시에서 영향력을 잃은 듯 보이지만 수시모집에서는 시행 대학이 36개교로 늘고 반영 비율도 대폭 높아져 중상위권 대학 합격을 노리는 수험생들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수시=논술, 정시=수능' 체제가 잡힌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수시의 핵심 전형요소인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반면 수능시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중·상위권에서 변별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가리라 전망하기는 힘들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수리영역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대학들의 정시 전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내년 이후 대학입시를 앞둔 중·고교생들은 대학들의 수시와 정시 전형이 당분간은 요동칠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논술 실력을 쌓아두는 게 바람직하다.

◆2010 반영 비율=수시모집에서 논술만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대학이 상당수다.(표 참조) 경희대와 고려대, 동국대, 숙명여대, 인하대, 한국외국어대 등이다. 고려대는 수시2차 일반전형에서 1천281명을 모집하는데 그 중 절반이 논술 100% 전형이고 나머지 절반도 논술 비중이 60%에 이르러 수시모집이 사실상 논술 전형이라 할 수 있다. 389명을 모집하는 한국외대 일반전형Ⅱ도 논술만으로 선발한다.

경북대는 수시2차 일반우수자 전형에서 학생부 20%와 논술 80%로 신입생을 뽑는다. 한양대는 772명 가운데 절반인 우선선발은 논술 80%로, 나머지 일반선발은 논술 60%로 전형한다. 숙명여대는 수시2차 모집인원을 지난해 250명에서 550명으로 늘렸고 우선선발 50%를 논술 100%로 뽑는다.

서울대는 수시와 정시 모두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수시에서는 특기자전형 2단계를 서류 50%, 면접 30%, 논술 20%로 선발한다. 정시에서는 2단계를 학생부 50%, 수능 20%, 논술 30%로 전형한다.

◆논술 출제 경향=논술은 단기간에 준비해서 실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일찍부터 시간을 두고 꾸준한 독서와 시사상식 쌓기, 글쓰기 훈련 등을 계속해야 한다.

우선 최근 논술고사는 계열 간 통합에서 과목 간 통합으로 바뀌는 추세다. 특정한 배경지식보다는 이를 분석하는 능력과 논리력, 종합적 사고력이 중시되고 있다. 제시문은 교과서 지문 등으로 비교적 쉬우나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진 것도 일반적인 출제 패턴이다. 그림이나 도표, 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제시되고 영어 제시문, 자연계열 본고사형 문제 등이 등장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학별 출제 유형=대학들은 제각기 조금씩 다른 논술 출제 유형을 갖고 있으며 이를 수년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곳이라면 해당 대학의 출제 유형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서울대는 다른 대학들의 출제 유형과 크게 차별화된다. 대부분 대학들이 여러 문항으로 나눠 문항별 분량을 300~1천자 정도로 요구하는 데 비해 서울대는 2천500자 분량의 단일 문항을 제시한다. 다른 대학들이 나눈 여러 개의 복합적인 요구사항을 통합해 하나의 논술문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장문 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제시문은 교과서 지문의 비중이 높아 독해가 어렵지 않으나 요구 조건들이 까다로운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고려대 인문계열은 긴 제시문을 요약하는 문제가 출제되는 유형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리적 논리 능력을 묻는 논제가 함께 출제되는 점도 특징이다. 자연계열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4개 교과 영역을 결합한 형태의 문항과 과학 및 수리를 결합한 통합교과형이 유지되고 있다.

서강대는 자연계열에서 수리, 과학 문항 외에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제시문이 등장하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외대는 제시문에 영어가 포함되고 언어학, 수학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도표 등을 활용한 3문항이 출제된다. 한양대는 인문계열과 구분해 출제하는 상경계열에서 언어논술 1문항과 수리논술 2문항이 출제되며 수리논술은 사회경제적 현상에 대한 수학적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

경북대는 인문계열에서 여러 조건을 부가해 완결된 답안을 요구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문장 구성 능력이 필요하다. 자연계열은 교과서 수준에서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되므로 수학·과학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창의적, 논리적으로 풀이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2010 수시 논술 특징=21일과 22일 경북대와 고려대, 한양대 논술고사가 시행됐다. 고려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평이한 제시문에 까다로운 논제 유형이 출제됐다. 인문계 논술에서는 제시문 요약 문제, 제시문 비교 및 논평 문제와 자료해석형 수리논술 등 3문항이 나왔다. 자연계 역시 종전처럼 수리논술과 과학논술이 출제됐는데 물리 계산 문제와 생물 문제, 벡터를 활용해 넓이를 구하는 문제와 정적분 문제 등이 까다로웠다는 분석이다.

한양대는 인문계열 논술에서 사회문화적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비판하는 능력, 생태계의 현상을 국가경제와 연계해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출제됐다. 상경계열에서는 자료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는 문항이 나왔다. 자연계 논술은 이차방정식과 인수분해 등의 기본 개념과 태양전지에 대한 기본 지식을 묻는 문항이 출제됐다.

◆2011 이후 논술 방향=2011학년도 대입의 가장 큰 변화는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 비율을 대폭 늘린 입시안을 내놓았다. 서울대가 수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 데 이어 고려대도 전체 모집정원의 55.6%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수시모집에서는 국제학부와 체육특기자 전형을 제외한 모든 수시모집 일반전형 평가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 한국외국어대는 처음으로 사범대 학생 선발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 2단계 심층면접에서 모의 강의를 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변화는 논술 비중 확대다. 이미 연세대가 2011학년도부터 수시모집 정원을 전체의 80%로 늘리면서 일반우수자 전형과 글로벌리더 전형에만 634명을 더했다. 일반우수자 전형은 우선선발에서 논술 80%를 반영하고 일반선발에서 50%를 반영한다. 글로벌리더 전형도 서류 60%, 논술 40%로 선발한다.

학생들은 내년 3월 전후로 발표되는 대학들의 2011학년도 전형계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논술고사에 대한 대학들의 자세를 파악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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