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조성이 끝나 기업 입주가 시작된 대구 달성2차산업단지는 아직도 황량하다.
이곳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달성2차산업단지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달 현재 입주율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입주 4년차가 다 되어가지만 기업 입주가 마무리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이 관리사무소 측 판단이다.
"달성2차공단은 성서공단에서 공장을 확장해 넘어오는 업체가 많은데 기업들이 섣불리 공장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설비 투자가 잠시 주춤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산업현장 사람들은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
신규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의 '신중 모드'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은 '아직 아니다'는 대꾸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와 한국무역협회 대구지부 집계를 보면 기계를 새로 사들이는 대구경북 기업들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역내 기업들의 기계류 수입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4분기 이후 올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전년 같은 시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세였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 올 3분기 들어서도 기계류 수입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2.2%의 역신장을 보였다.
기초적인 설비로 평가받는 광학측정기계류와 금속공작기계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대구의 주력산업인 섬유업체들도 섬유기계 수입을 줄이면서 기계류 수입이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대구의 한 섬유업체 CEO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년엔 자금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 때문에 지금은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현금을 확보해 놓아야한다는 얘기를 모임에 갈 때마다 듣는다. 경기가 완전히 살아났다는 판단이 서야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설 것이다. 눈물나게 어려웠던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했다.
설비투자가 없으니 당연히 은행에서 돈을 꿔가는 기업들도 적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를 보면 올 들어 9월까지 대구경북의 은행들이 기업에 시설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돈은 6천6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조331억원)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예년 같으면 상반기 안에 바닥이 나는 대구시의 중소기업 지원자금도 아직 남아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돈을 못 빌려서 아우성이었는데 요즘은 투자속도가 눈에 띄게 느리다. '확실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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