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은 민첩했다. 그러나 도로의 차량들은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대원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23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중구 남산4동 남산119안전센터. '교동시장 구두 수선집 화재발생'이란 스피커 음이 울린다. 10여명의 소방대원들이 용수철처럼 자리를 박차고 튀어오른다. '타다닥.' 대원들은 검은색 소방옷을 한 팔에 걸치며 센터 옆문을 통해 소방차에 올라 탄다.
기자도 허겁지겁 지휘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엔 이미 대구 중부소방서 한재곤 대응구조과 지휘조사팀장과 대원 3명이 자리하고 있다. 지휘차량은 선두에서 화재현장까지 길을 트고 작전을 총괄한다. "무전 채널 5번, 전 차량 신속히 교동시장 구두 수선 6호점으로 이동." 한 팀장은 쉴 새 없이 무전으로 작전 지시를 내린다. 지휘차량 뒤에는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는 굴절차, 펌프차 등 소방차 4대가 바짝 쫓는다. 이들 모두가 도로에 쏟아지기까지 채 10초가 걸리지 않는다.
반고개네거리. 도로는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들로 이미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전 차량 우측으로…." 지휘차량이 도로 맨 바깥쪽으로 길을 잡자 나머지 소방차도 일제히 뒤따른다. 그러나 계명네거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받는 차들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밀려드는 차량에 좀체 틈이 생기지 않는다. 차량 한대가 불쑥 끼어들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소방차를 앞지르는 오토바이까지 가세한다. 한 팀장은 재빨리 조수석 창문을 내리더니 지휘봉을 휘젓는다.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가 지나고서야 겨우 차량들이 길을 열어준다.
계산오거리 상황도 마찬가지. 직진 신호라 좌회전하기가 힘들다. 직진 차량의 꼬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비상 사이렌만 허공을 가를 뿐. "제발 양보 좀 해주면 좋으련만…." 한숨 소리가 들린다. 서성네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뒤 중앙네거리에서 다시 좌회전.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 탓에 편도 1차로로 좁아진 도로에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다급한 마음에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한다.
상황 발생 후 정확히 6분. 곡예운전 끝에 4㎞ 남짓 떨어진 화재 현장에 도착한다. 차량이 채 멈추기도 전에 한 팀장과 소방대원들은 차에서 뛰어내린다. 뜀박질을 시작한다. 소방차와 구급차도 뒤따른다. 펌프차엔 소방호스가 연결되고 어깨에 산소통을 짊어진 소방대원들이 재빠르게 화재 현장에 뛰어든다. 라이트라인(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다시 입구로 나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선)도 길게 이어져 파란색 불빛을 번쩍인다. 화재현장 도착 10분 만에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불 어디 났어요?" 한 소방대원은 화들짝 놀란 여고생들에게 "모의 훈련"이라고 귀띔한다. "(너무 실제 같아)속았다, 우리 낚인 거야."
이날 중부소방서 소속 삼덕안전센터, 교통지역대, 서문로안전센터 등 5개 안전센터와 119구조대 40여명 대원들은 불시 출동 훈련을 성공리에 마쳤다. 진압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던 소방대원들은 "그나마 오늘은 도로 상황이 좋아 빨리 도착했다"며 "퇴근길 교통체증이 심하고 차량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 날은 이보다 훨씬 시간이 더 지연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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