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히고''진입 못하고'…출동지연, 속 타는 소방차

부산 실내사격장 참사에서 보듯 소방차 출동이 지연될수록 현장 피해는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방차 출동 시간은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양보 없는 차량과 소방 통로 미확보가 가장 큰 원인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량들은 소방차에 길을 터주지 않는다. 즉시 길을 내주도록 법제화한 선진국과 달리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좁은 통로에 불법주정차 차량이 늘어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다. 화를 키우기 일쑤다.

◆막히고

소방차 출동시간은 해마다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소방차 출동시간은 전국 평균 9분. 2007년보다 2분 정도 길어진 수치다. 대구경북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 시간은 대구 7분, 경북 10분으로 조사됐다.

소방차에 길을 터주지 않는 모습은 선진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의 경우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출동하면 도로 위 차량들은 약속이나 한 듯 좌우로 갈라져 소방로를 만들어 준다. 앞차들이 알아서 비켜주기 때문에 경적을 울릴 필요도 없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은 긴급 차량에 '즉시 공간을 만들어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해 길을 터주지 않는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긴급차량에 대한 고의적 방해 행위'에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진입하지 못하고

23일 오후 남구 영선시장 입구. 온갖 노점에 시장통이 어지럽다. 소방도로 위에는 가게 간판이 즐비하다. 승용차 한대가 겨우 진입할 정도. 소방차가 시장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5m 이상의 소방통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재래시장은 소방로가 확보돼 있지 않다. 주택가도 불법주정차 때문에 폭 4.5m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런 소방로는 대구에만 자그마치 97곳에 달한다.

소방로 미확보로 화재를 키운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2007년부터 올 7월까지 소방차 접근이 어려워 피해를 더한 화재는 대구 32건, 경북 46건에 달한다.

남산119안전센터 박원줄 센터장은 "화재는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한데 소방도로를 메우고 있는 불법주정차와 시장 좌판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화재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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