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찬호, '챔프 반지'냐 둥지 옮겨 '선발의 꿈' 이냐

'선발? 아니면 챔피언 반지?'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국내 FA(자유계약 선수)시장은 파장 분위기이나 미국프로야구에선 이제 막 장이 섰다. 현지에선 투수 최대어인 존 래키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국내에선 아무래도 한국 메이저리거의 큰 형님 박찬호의 선택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박찬호의 기록은 3승3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평범했다. 하지만 선발로 뛴 경기 외에 불펜으로 나선 경기만 따졌을 때는 2승2패13홀드, 평균자책점 2.52의 수준급 성적.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박찬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주축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비록 꿈꾸던 챔피언 반지는 눈앞에서 놓쳤으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이번 FA시장에서 박찬호는 선발 투수로 뛰면서 챔피언 자리에 도전할 전력을 갖춘 곳에 둥지를 틀고 싶어한다. 박찬호와 재계약 의사를 갖고 있는 필라델피아에 머문다면 월드시리즈 무대를 다시 밟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선발 보직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 전력이 뛰어난 팀들 대부분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챔피언 반지를 원한다면 불펜 자리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FA 시장에는 선발 투수가 꽤 매물로 나왔다. 8시즌 동안 102승71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하며 LA 에인절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존 래키가 최대어. 클리프 리, 팀 허드슨, 리치 하든, 에릭 베다드, 랜디 울프, 제이슨 마퀴 등도 각 팀의 제3선발 이상을 노려볼 만한 투수들이다. 제5선발급인 박찬호의 입지를 생각하면 이들만큼 관심을 받기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찬호가 불펜으로 뛰기로 마음을 먹더라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새 둥지를 구하는 베테랑 불펜 요원들 역시 여럿이기 때문. 이미 우완 불펜 수급이 절실한 필라델피아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마무리였던 페르난도 로드니와 접촉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고 빌리 와그너, JJ 푸츠, 라파엘 베탄코트 등 불펜 경험이 많은 투수들도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선 상태다.

현재로선 선발 자리를 얻기 쉽지 않은 탓에 박찬호가 불펜 요원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 시즌 구위를 회복하면서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덕분에 위상도 한결 높아졌다. 다만 불펜으로 뛸 각오를 해도 보다 좋은 조건에 구미에 맞는 팀을 찾으려면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매력적인 불펜으로 변신한 박찬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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