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엔 '떡' 주고, 지방은 '떡고물'로 달래나

대구경북 등 지자체 강한 반발에 당황… 이미 발표한 정책 재탕

정부는 23일 세종시 민관합동위 제2차회의에서 자족기능 확충 방안을 밝히면서 지역발전 정책 전반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발표했던 정책을 다듬은 정도에 그쳐 '지방 달래기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국토해양부가 이날 보고한 '지역발전 정책 추진 계획'에 따르면 혁신도시의 자족 시설 용지는 기존 계획보다 약 38%가 확대되고, 공급 가격은 약 14.3% 인하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 승인은 통폐합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내 마무리한다.

국토부는 또 주요 이전 기관은 올해 중 부지 매입 및 청사 설계에 들어가도록 조치하고,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녹색 교통 체계 구축 ▷공공청사·주택의 신재생에너지 활용 비중 확대 등 혁신도시를 저탄소 녹색도시로 건설키로 했다. 아울러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본격 추진을 위해 '도시재생활성화법'(가칭) 제정을 검토, 내년 상반기 중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노후 산업단지·공업지역의 '복합 기능 환경친화적 단지' '첨단산업단지' 재생도 추진키로 하면서 대구·부산·대전·전주 등 우선사업지구에 대한 개발 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수립하기로 했다. KTX 역세권 특성화 개발을 위해선 올 연말까지 개발 기본구상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 역세권별 단계적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모양새 갖추기'는 세종시 역차별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고 타 지역의 소외감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대구경북 등 지방자치단체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한 발 물러서는 양상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세종시 인센티브를 타 성장거점 도시·지역과 형평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부여키로 했고, 세종시 유치 자족기능을 ▷수도권으로부터 이전되는 기능 ▷그간 공론화되지 않은 새 기능 ▷해외 유치 기능 등 3가지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주변도시와 경쟁할 우려가 있는 부문은 과감히 배제,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날 발표한 정부 대책은 억지로 구색을 갖추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만 남겼다. 들러리 형태로 혁신도시 추진 계획을 끼워넣은 모습이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종시는 기업·혁신도시와 한묶음"이라며 "세종시만 빼내 수정하려면 엄청난 저항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지역균형 발전의 모델인 세종시를 흔들면 기업·혁신도시는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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