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6년 만의 대구국가산단 텅빌 판

세종시에 파격적 세제지원…"대구, 기존 부지 벌써 기업유치 비상"

정부가 국내·외 첨단녹색기업 유치를 위해 세종시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36년 만에 첫 국가산단조성에 나선 대구는 물론 포항, 구미 국가산단이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와 첨단녹색기업이 집중된 녹색기업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산단 지정 개발과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총리가 밝힌 세종시의 녹색기업도시 조성안은 파격적이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될 경우 ▷진입도로, 오·폐수 처리시설, 공업용수 등 기반시설에 대해 전액 국고 지원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재산세 5년간 50%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수도권에 있는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분야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국세와 지방세를 7년에서 8년 동안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세제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녹색기업단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정부와 지자체가 토지를 공동 매입, 임대하고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36년 만에 국가산단에 지정된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대구시는 또다시 날벼락을 맞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달성군 구지면 852만㎡(258만평)에 조성되고 있는 대구국가산단의 경우 2011, 2012년쯤 기업들에 용지를 공급할 예정인데, 세종시가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대구와 비슷한 일정이라 기업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7천290만㎡(2천200만평)의 세종시 전체 면적 가운데 녹지·공원(53%)을 제외한 3천400만㎡(1천만평)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되면 규모도 대구의 4배인데다 정부의 각종 지원 사격을 마다하고 대구를 택할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의 다른 관계자는 "세종시는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등으로 우리보다 못한 조건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인데 이마저도 정부가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어 우리가 경쟁 상대가 안 된다"며 "현재 분양 진행 중인 대구테크노폴리스, 성서5차산단 대기업 부지 등에서도 기업 유치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12일 산업시설 용지 분양 공고를 낸 대구테크노폴리스 경우 이달 30일까지 분양을 원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입주 기준 확인서를 접수하고 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한 곳의 업체도 응하지 않고 있다. 성서5차산단 대기업 부지(15만4천㎡)도 임자를 찾지 못해 애간장만 녹이고 있다.

DGFEZ 관계자는 "기업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1천만평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세종시가 국가산단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 현재 조성 중인 대구경북의 산업단지는 빈 땅으로 버려질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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