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동안 이주영(가명·중2·대구 서구 비산동)군은 연방 마음을 졸이며 옆에 붙어 서 있다. 혹시나 엄마가 불에 데지는 않을까, 칼에 손가락을 베이지는 않을까, 이리저리 움직이다 싱크대에 이마를 찧지는 않을까 늘 불안하기 때문이다.
주영이의 어머니(42)는 시각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아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희미하게 형체만 보이는 상태. 집안일을 하다가도 여기저기 다치기 일쑤여서 빨래, 청소 등 대부분의 집안일은 이군의 몫이고 식사는 엄마가 맡고 있다.
주영이는 아빠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주 어릴때 엄마와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노름에 빠져 살던 아빠는 엄마의 장애를 이유로 결국 가정을 떠나고 말았다.
현재 이군 가족의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13만원과 3만원의 장애수당 등 16만원이 전부. 180만원짜리 사글세 집에 살면서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운 생활이다. 이모와 외삼촌이 조금씩 도움을 줘서 겨우 생활을 유지해 왔지만 워낙 가난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이젠 서로가 지쳐가고 있다.
그나마 주민자치센터에 도움을 청해 다음달부터는 기초수급비가 50만원가량으로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열달이 지난 뒤 또다시 방세를 내면 수중에 남는 돈은 월 30만원가량이다. 겨울 난방비마저 걱정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학원 한번 다녀본 적 없는 주영이는 그래도 반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군은 "저녁을 먹고 나서 하루에 1시간은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남들 학원가서 공부하는 만큼 따라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몇 번이고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물어도 한참을 고민하다 "없다"고만 대답했다. 뭐 하나 욕심낼 수 없는 가난한 삶에 아이들마저 길들여진 듯 보여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마음속 깊숙이 감춰둔 욕심은 하나 있었다.
주영이는 "열심히 공부해 약사가 되고 싶다"며 "의사가 되기는 너무 힘들 것 같고 약사가 돼서 어머니 눈에 좋은 약도 많이 가져다 드리고, 불쌍한 이웃도 돕고 싶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이주영군에게 희망을 나눠 주실 후원자를 찾습니다. 매달 몇 천원이라도 고정적으로 기부해 주실 분은 희망나눔 캠페인 홈페이지(hope.daegu.go.kr)에 신청하시거나 대구시청 자치행정과(053-803-2823)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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