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에 연구기관을 집적하는 교육과학경제중심도시로 조성키로 하면서 정부와 서울·수도권 연구기관 이전 대신 지방에서 키웠거나 유치추진중인 연구소를 이전키로 해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탄생한 세종시를 위해 '다른 지방 죽이기'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3일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시에 백신연구소 등 19개 연구기관을 이전, 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포항의 아태이론물리센터와, 경북도와 포항시가 유치에 힘쏟고 있는 막스플랑크한국연구소를 이전 대상기관으로 선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아태이론물리센터는 당초 서울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가 연구 여건이 여의치 않아 2001년 8월 포스텍으로 이전한 기관. 이전 후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태이론물리센터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규모가 커진 센터는 자체 건물이 없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 독립 건물을 짓기 위한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아태이론물리센터가 요청한 규모는 대지 3천여㎡에 건물 6천여㎡로 10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같은 요청과 맞물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자 교과부가 이 기회에 아태이론물리센터 건물을 세종시에 건설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이전시키기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아태이론물리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검토한 적이 전혀 없으며 이전을 위해서는 15명으로 구성된 국제이사회를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막스플랑크한국연구소도 지난해 8월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이 '막스 플랑크-코리아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창립회의까지 열었다. 이후 관계자들이 수차례 독일을 방문하면서 포항 이전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지역이 직접 나서 세계적인 연구기관 유치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재'를 뿌리고 있다.
포항경실련 이재형 사무국장은 "포항은 포스텍과 가속기연구소, 나노센터 등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 반해 세종시는 이 같은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아 양 연구기관이 이전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정치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연구소의 설립 목적에 맞도록 연구풍토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 관계자도 "아태이론물리센터가 어려울 때 포항으로 이전해 와 경북도, 포항시, 포스텍이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적인 연구소로 성장했는데 이제 와서 세종시로 이전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막스플랑크재단도 포항의 우수한 R&D 기반을 인정했기 때문에 포항에 한국연구소(신소재 분야)를 설치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세종시로 끌고 가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밝혔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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