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헬리콥터 부모

중견 건설사 사장으로 우리나라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어느 분은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오늘의 성공은 '아버지 덕'이라고 했다. 가족들에게 땅뙈기 한 평 남기지 않고 가버린 아버지가 물려준 굶주림과 뼈저린 고통이 결국 오늘의 부를 이루게 한 동력이 됐다며 가난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큰 혜택'이었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의 흔한 이야기라거나 시대가 다르다는 말로 넘겨 버릴 수도 있지만 새겨들을 구석이 전혀 없지는 않은 듯하다.

독수리는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새끼를 절벽 위 둥지에서 떨어뜨린다. 새끼는 버둥대 보지만 힘없는 날개로는 그냥 곤두박질칠 뿐이고 땅에 떨어지기 직전 어미는 새끼를 받아준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새끼의 날개에는 힘이 붙고 어느 새 힘있게 하늘로 치솟아 날게 된다. 새끼 스스로 날게 하는 독수리의 교육법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에서 "부모들의 광기가 자녀의 성공을 막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다는 욕망으로 출발한 부모의 과잉보호를 지적한 말이다. 타임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넘쳐나는 관심은 미국도 우리 못잖은 모양이다. 하키나 야구 같은 취미 활동도 따로 과외를 시키고 연필 쥐는 법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를 두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1990년대 들면서 유행한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의 사례들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모든 것을 도와주는 헬리콥터 부모들의 행태는 자녀들의 취업 때까지 이어져 적잖은 기업들이 입사 지원자의 부모용 자료집을 만들어 준다. 연봉 협상에 부모들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부모의 과잉보호는 자칫 폭격기 부모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그대신 인공위성 부모가 되라고 한다. 멀리서 관망하되 관심을 갖고 결정적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중국도 최근 신세대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소황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잉보호를 탓하지만 현실은 부모의 관심이 자녀들의 성적을 높이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학업 능력과 자립심은 반비례한다는 말도 나온다. 성적은 우수해도 자립심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우리 부모들을 헷갈리게 한다. 덜 간섭하고서도 자녀를 최고로 키우는 법은 뭘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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