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에너지전략은 신재생에너지에 거의 모든 역량이 집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08년 우리나라 총 에너지의 2.6%이며 2030년의 비중도 11% 정도로 예상돼 아직은 보조에너지에 불과할 뿐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에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는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의 고갈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한 국제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석유'가스 자원의 고갈위기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없을까? 석유자원의 고갈론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하나는 석유자원의 가채 연수가 임박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석유자원 중 전 세계 매장량이 석유매장량의 6배에 달하는 오일 쉘과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매장량의 두배가 넘는 5천200억배럴의 오일샌드 등이 있어서 석유자원의 가채 연수는 고갈위기론자의 예상보다는 훨씬 길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동해 등 심해에 매장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석유'가스시대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추출되는 메탄가스를 활용할 경우 전 세계 소비량의 200~500년에 해당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이 집요하게 탐을 내는 독도 앞바다가 바로 거대한 메탄가스의 저장고라고 한다.
다음으로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한 국제적 규제의 배경을 살펴보자.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주장은 이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기온 상승이 반드시 이산화탄소 때문이냐에 대해서는 소수이긴 하나 대립하는 주장도 있다. 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간의 상관관계를 볼 때 과거 100여년간의 단기 데이터에서는 상관도가 높았으나 수억년간의 장기데이터를 보면 상관도가 아주 낮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것으로 지구의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인이 태양에 있다는 소위 기후변화 1천500년 주기론을 지적할 수 있는데 요컨대 지구에서의 온도 변화는 이산화탄소와 관계없이 변해왔다는 주장이다.
한편 온난화 결정 요인에 관한 과학적 논란 이면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내재돼 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있다.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비산유국인 유럽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돼 마침내 교토의정서 체결로 연결됐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및 플랜트건설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유럽기업이 제일 신바람이 났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유럽기업의 독주를 견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만약 유럽이 산유국이었다면 수중에 있는 자산가치를 훼손시킬 기후변화협약을 추진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 유럽이 이미 확보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내달 코펜하겐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구속력 있는 온난화 대책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극 해빙이 점차 현실화되자 북극 지하의 방대한 석유자원에 주목하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의 국가가 그간의 입장을 선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유보적 판단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석유자원의 고갈이란 터무니없는 이야기이고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면 서둘러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반대논리에 현혹돼 대응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 정당성이 충분치 않은 반대논리를 믿고 손 놓고 있다 만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재앙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산화탄소 감소기술, 고효율 신재생에너지기술 등 첨단 녹색기술이다. 남들보다 한 단계 높은 우리 고유의 녹색기술이 있는 한 우리는 '포스트 교토' 시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제경쟁력을 더욱더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준(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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