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종시에 파묻혀 열흘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2010년 새해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한민국엔 세종시만 있다. 국무총리를 필두로 대여섯개 부처(部處) 장관들이 너도나도 경쟁에 질세라 세종시에 기업과 학교, 외국기관 몰아주기를 위해 뛰고 있다. 세종시 성격도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교육특구' '국가산업단지 및 외국인투자지역' '녹색기업도시' 등 카멜레온을 닮아 국민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정부 특혜로 만들어지는 '부실 종합선물세트'란 비아냥도 들린다. 대구경북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압박하는 전근대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장관들도 충성 경쟁에서 벗어나 지방의 민심부터 챙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관들 충성 경쟁
열흘째 세종시에 정부 주요 부처들이 매달려 있다. 국무총리실이 진두 지휘를 하는 가운데 각 부처들은 경쟁적으로 세종시에 '선물'을 안기려는 모양새다.
정부 부처별로 맡은 역할을 살펴보면 ▷지식경제부=IT디자인 산업 클러스터 및 녹색기업도시 조성,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대기업 유치 등 ▷교육과학기술부=국내외 유명 대학을 집적한 교육특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등 ▷국토해양부=국가산업단지 지정 개발 등 ▷보건복지가족부=국내외 병원 및 의료 분야 기업·연구소 유치 등 ▷기획재정부=예산 확보 및 각종 세제 혜택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 부처 가운데 상대적으로 '돈'이 넉넉한 부처는 모두 세종시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정부의 주요 부처들이 한 사안을 놓고 이처럼 조직적으로 동시에 뛰어든 사례는 보기 드물다"고 했다. 그는 또 "총리는 물론 장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에 대한 뜻을 읽고 코드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이라며 "특히 정부가 특혜를 당근으로 대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5공 시절에나 있을 법한 전근대적인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행정 부처들이 세종시에 관한 대통령의 콘셉트에 경쟁적으로 맞추려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이해 관계에 있는 그룹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을 남발하는 것 같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방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 남발은 자제하고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멜레온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의료과학시티' '과학콤플렉스도시'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 지난주부터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의 이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정부의 세종시 작명(作名)으로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마구 나서는 바람에 세종시 수정안이 계속 수정되고 있다는 풀이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충청권 민심만 달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아무런 전략도 없이 무턱대고 앵무새처럼 발표만 반복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사령탑(국무총리)이 지방의 사정을 너무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치밀하지 못하고 허약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방심할 경우 큰 것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우리 지역의 미래인 의료와 교육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치밀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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