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는 성장의 조용한 살인자다." 잠비아 출신 여성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40)는 지난 2월 펴낸 '죽은 원조'(Dead Aid)라는 저서를 통해 이렇게 일갈했다. 원조가 자립 의지를 희석시키고 부패를 조장하는 등 오히려 아프리카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아프리카는 3조 달러에 이르는 공적'사적 원조를 받았으나 더 가난해졌다. 1970년대 아프리카 인구의 10% 미만이 극심한 빈곤 상태에 있었으나 현재 사하라 이남 인구의 70%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다.
미국 케이토 연구소의 매리언 L 터피 연구원도 같은 의견이다. 그녀는 워싱턴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많은 개발 전문가들의 주장과 달리 원조가 아프리카의 성장을 자극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75년에서 2005년 사이 아프리카의 매년 1인당 평균 원조액은 24.6달러였다. 중국은 1.5달러였고 인도는 2달러였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인도의 소득은 각각 888%와 174% 증가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소득이 5% 줄었다." 이른바 '원조의 역설'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조가 많아서가 아니라 적어서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원조 금액 자체가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이 중 상당액이 기부국 컨설턴트 몫과 행정 비용, 부채 탕감 활동 등으로 충당되고 실제로 현지 주민에게 도달하는 금액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원조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하기 전에 충분한 원조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조의 역설'이나 그에 대한 반론 모두 한국이란 예외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경우다. 이 같은 성취는 원조가 많아서 된 게 아니다. 원조 이외에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그리고 적절한 개발 전략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원조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은 상당히 클 것이다. 1.5세대 만에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경험은 개도국에 매우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질적 원조와 함께 우리가 성공한 방법과 전략, 그리고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정신의 원조가 제2, 제3의 한국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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