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고학력사회의 그늘, 청년실업

"학생들을 보면 측은합니다. 죽으라고 공부해서 대학 들어왔는데, 등록금은 비싸고, 취직은 어렵죠. 냉혹한 현실의 톱니바퀴에 물려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며 '스펙'을 쌓느라 앞만 보고 달립니다."(A대학 K교수)

"대학들이 취업난 때문에 난리입니다. 많은 대학들이 교수에게 연구나 강의보다 학생 취업지도를 더 다그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제한돼 있는데, 교수가 학생의 취업관리를 한다고 해서 고용상황이 달라집니까? 지금의 취업난이 공부를 안 하거나, 잘 못 가르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잖아요."(B대학 L교수)

대학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 참 씁쓸하다. 청년실업난이 학생은 물론 교수들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갑갑한 얘기지만, 이참에 청년실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으면 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구조가 성숙하고 경제위기가 닥칠수록 청년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7.5%로 전년 동월 대비 0.9%P 높았다. 대졸 이상의 실업자는 더 많이 늘었다. 교육정도별 전년 동월대비 실업자는 중졸 이하(7천명, 6.7%), 고졸(2만2천명, 5.9%), 대졸 이상(3만5천명, 12.7%)에서 모두 증가했다.

물론 청년실업은 세계적 고민거리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더 나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기준에 따른 2007년 청년고용률(15~24세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보면, 한국은 25.7%로 OECD 평균 43.5%에 훨씬 못 미친다.

청년층의 고용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이유는 뭘까? 실업은 크게 ▷경기적 실업 ▷구조적 실업 ▷마찰적 실업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경기적 실업은 경기상황에 따른 것이며, 구조적 실업은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만성적 실업을 말한다. 마찰적 실업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데 따른 자발적 실업이다. 현재 우리의 실업대란에는 세 가지가 얽혀 있다. 고용유발계수(자본 10억원 투입 때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2000년 11.1명이었으나 2007년 9.5명까지 줄었고,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현실들이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청년실업은 한국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잠재성장률이 높아야 하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으면 잠재성장률 측정 때 중요한 고려 요소인 인적자본이 떨어지게 된다. 또 경제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 청년층의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할 경우 국가의 재정운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의 특징은 '고학력 실업'이다. 여기에는 과열된 교육열을 원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4%로, 1990년 33.2%, 2000년 68%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OECD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전문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전문계고의 졸업자들도 취업보다 진학을 우선하고 있다. 대구의 2008학년도 전문계고 졸업생 진로현황을 보면, 졸업생 7천589명 중 취업자는 1천362명(취업률 18%)에 불과하고, 75.1%는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과거 고도 성장기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학력수준에 맞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생산현장에서는 일손이 없어 아우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월 29일 산업인력공단에서 가진 '청년취업 현장점검 및 대화'에서 높은 대학진학률을 청년실업의 한 원인으로 규정했다.

청년실업의 해법은 교육, 산업, 고용과 연계된 종합적인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이 일류대학을 나오고, 열심히 스펙을 쌓는다면 철옹성 같은 취업의 벽을 뚫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신 성장산업 육성으로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나, 미래를 염려한다면 국가 인적자원 정책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인적자원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 이제는 '학력 지상주의'란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

김교영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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