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어역 연결 지하상가 무엇으로 채우나"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과 연결된 지하상가가 문을 열기 전부터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범어네거리 지하보도의 완공이 한달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지하상가 활용 방안조차 확정하지 못한데다, 점포 조성 시설을 갖추는데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색있는 상가 조성과 상권 활성화에 실패할 경우 지하보도 공간이 자칫 '슬럼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범어역 지하상가를 '테마가 있는 상점거리'로 만들기로 하고 6월 4천500만원을 들여 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유동인구와 거주민의 선호도, 주변 상권,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운영 방안을 찾겠다는 시도였다.

컨설팅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범어역 지하상가가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밀집한 도심과 가깝고 주변에 주상복합아파트 상가가 밀집해 있어 지하철 이용객 외에는 쇼핑객의 유입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 것. 용역 보고서는 20, 30대 젊은층과 서민을 위한 중·저가 브랜드를 유치하는 한편 수익 대신 문화 공간을 확보하고 문화 관련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측은 용역 결과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오피스빌딩,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특성 상 중·저가 브랜드로는 상권 경쟁력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도시철도공사 측은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유치해 시설투자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 입점을 하고, 남은 공간은 대학 및 학원 홍보관이나 문화시설 등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하상가 전체를 아예 전시공간과 대학 홍보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며 "중소기업이 운영을 맡기에는 투자 비용 부담과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상가를 운영할 수 있는 대형 업체와 접촉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범어네거리 지하공간은 범어네거리 서쪽 지하철 범어역에서 동쪽 끝까지 폭 19~24m, 길이 371m의 지하 보행로다. 중앙에 광장 2곳(365.43㎡)이 만들어지고, 보도 양쪽으로 상가 72개(1천967.4㎡)가 들어선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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