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창녀와 천사」/문정희

나 요즘 창녀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천사이며 창녀인 눈부신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느 때 치마를 벗을지를 몰라

어느 벌판 혹은 어느 강줄기를 따라가야

술집과 벼락이 있는 줄을 몰라

여름 날 동안 누가 주인인지를 몰라

문 밖에서 매양 서성이고 말았다

폭풍을 먹어치우고 구름 속에

자수정 눈물을 흘리는 천사도 아니었다

별들이 내려와 어깨를 어루만지면

부드럽고 아름다운 굴절광 하나를

낳고 싶었지만

쥐라기 시대 파충류 같은 신비한 시구 하나를

허공에다 점점이 키우고 싶었지만

밤낮 짐승의 몸으로 쫓기며

진눈깨비처럼 빈 들에서 울다가

제자리에서 현기증처럼 스러질 뿐이었다

이란 부제가 말하듯이 창녀와 천사 사이에서 진자운동하는 여자의 고백이다. 천사의 모성과 창녀의 모성의 변별력은 시인이 말하듯, 전자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굴절광의 잉태를 원하고 후자는 쥐라기의 파충류 같은 신비한 시구의 잉태를 원한다. 과연 어느 것이 더 매혹인가. 다는 구절만 본다면 시인은 의 잉태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창녀의 모성애 속에 천사의 모성애가 전혀 없을 것인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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