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예술이다. 다만 악보나 각본도 심지어 리허설도 없을 뿐이다. 등장하는 전사들의 전술적인 대결들이 캔버스의 여백에 실시간 스토리로 변해가는 것이다. 기백과 기능이 충돌해 굴곡과 난관을 겪지만 역전을 거듭하는 전세에 삼국지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 손에 땀을 쥐며 아무도 모르는 다음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힘과 스피드와 감각이 어우러져 역동적인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아슬아슬한 성취의 순간에는 전율마저 느껴지는 야구는 그렇게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실화다.
그러나 모든 경기가 다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야구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먼저 등장인물이 고수이어야 한다. 이 무대는 누구나 하는 보편적 연기로는 환영받지 못한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을 가진 투수를 상대해 아무도 쳐내지 못하고 득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주인공 1명을 위한 평범한 작품일 뿐이다.
쳐내기 어려운 볼을 안타로 만들어내 돌파구를 열고 다양한 전술과 용병술을 동원해 진루의 성과를 만들어 마침내 득점을 이루는 과정이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를 함락시키는 쾌감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사는 진정한 고수의 능력을 먼저 갖추어야 하는데 야구의 본질과 목적을 이해하고 야구 속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깨달아야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요소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다. 뛰어난 고수들로 구성되었다고 해서 늘 이기고 명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인치(2.54㎝)의 싸움이어서 매 순간이 변수의 연속이다. 가령 2루타성 안타가 단타가 되기도 하고 역으로 단타성 타구가 2루타가 되기도 하는데 바로 그 순간이 미래가 바뀔 수도 있는, 반전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공격에서든 수비에서든 이러한 순간은 언제든 발생하는데 이때를 간과하지 않고 혼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준비된 자의 몫이다.
마지막으로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오랜 습관에 의한, 기계적이고 공식적인 플레이에서는 깊은 수준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개인에 따라 수비 위치에 변화를 주는 일이나 과감하고 기민한 허슬플레이는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더블플레이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번트 대신 감행하는 진루타에선 더 큰 성취를 위한 야망과 도전의 의지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선수들의 의식을 개혁하고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필요한 플레이를 창출하게 되어 점차 뛰어난 수준의 야구를 구사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팀은 내용을 갖춘 작품으로 다가가 팬들의 진정한 사랑을 받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 많은 발전을 이루어 오고 있지만 삼성 라이온즈가 앞의 내용처럼 진정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 오래오래 팬들과 즐거움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3년은 된 듯하다. 그동안 '펀펀야구'를 성원해 주셔서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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