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초단체장 누가 나오나…<9> 영천시·청송·청도군

재보선서 당선 공통점…재선 성공·단명 단체장 기로에

김영석 영천시장, 한동수 청송군수, 이중근 청도군수는 2007년 12월 19일 재보궐 선거로 단체장에 입성했다. 아직 본인들의 역량을 발휘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는 여론이 있어 큰 과오가 없는 한 교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생물처럼 움직이는 정치 세계의 특성상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도 상존한다. 세 명의 단체장 모두 재선에 성공할지, 단명한 단체장으로 기억될지 관심이 쏠린다.

◆영천시장

지난 재선거가 무소속 후보 간 혈전이었다면 내년 선거는 공천 대결이다.

재선거 당시 정당 공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가 6명이나 출마하면서 금품수수로 인해 후보 및 선거 운동원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됐다. 그 후유증 탓에 아직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는 인사가 많지 않다. 재선 의지를 밝힌 김영석 시장과 재선거에서 172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이성희 인천도시관광주식회사 대표이사 등 2명 정도.

두 사람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공언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두 사람 간에 '외나무 다리 결투'가 벌어지는 셈이다.

김 시장은 영천첨단산업단지 착공, 경제자유구역 하이테크파크지구 조성, 국가산업단지 영천테크노폴리스 추진 등 각종 현안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여론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희수 국회의원과의 관계도 좋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 시장은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이 설익은 사람에게 공천을 주기 어렵다"며 "영천 도약의 발판인 각종 사업 추진으로 여론 지지도에서 확실히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 상무이사,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해 중소기업 정책에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 인맥이 두터운 점을 잘 활용할 경우 공천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 인맥을 기반으로 예산 확보 및 기업 유치에도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주식회사 영천시청 개념의 세일즈 시장이 되겠다"며 "한 달 중 절반 정도를 서울, 부산 등 전국으로 다니며 지역 특산물을 파는 장사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말마다 서울에서 고향 영천을 찾아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김경원 국민연금공단 상임감사는 시장보다는 총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위에선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전 재무부 세제국 과장 등 공직 경력을 내세워 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이창환기자

◆청송군수

민선 출범 후 4명의 전직 군수가 선거법 위반 및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검증된 깨끗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내년 선거는 현직 군수 대 전직 군수 간의 한판 대결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년 동안 무난하게 군정을 펼친 한동수 군수가 재선 도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군수는 지난 총선에서 당 소속 후보를 지원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해걸 의원을 도왔다. 이 때문에 공천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동안 잦은 선거로 흐트러진 민심을 뭉치게 하고 표류했던 사업들을 착공하면서 여론도 우호적이다. 한 군수는 "청송사과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사과종합처리장(APC) 건설을 비롯해 병해충종합관리(IPM)사과단지 운영, 4계절 산악스포츠 메카 육성, 소설가 김주영 객주테마타운 조성, 문화관광축제 등 청송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안의종 전 군수가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전 군수는 "청송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땅으로 발전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때묻지 않고 청정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관광·소득·복지 청송'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구역 개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청송은 '진보, 청송, 3남(현동 현서 안덕)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이들 3개 지역의 균형발전을 기하는 행정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군수는 뉴라이트 등 친이 성향의 지지를, 안 전 군수는 친박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경희 전 군수의 움직임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출마가 불가능한 윤 전 군수는 친박계인 안 전 군수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권구오 전 한국농촌공사 청송·영양지사장은 "분열된 민심을 추스르고 지역 화합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권 전 지사장은 "청송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진보면 출신으로 안동 권씨 문중과 농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이창환기자

◆청도군수

이중근 군수에 도전하는 인사는 4, 5명이다. 물밑 행보를 거듭하던 출마 예상자들이 최근 들어 출마 의지를 밝히거나 출마를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사무실을 내고 얼굴 알리기를 본격화하는 한편 조직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청도군수 출마 예상자 인지도 여론조사에서 누가 후보에 올랐는지, 누가 여론조사를 했는지를 두고 설왕설래 중이다.

그러나 군민들은 2007년 재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무더기 사법 처리되는 홍역을 겪은 데다 2006~2008년 3년 연속 선거를 치른 탓에 차분한 편이다.

내년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한나라당 공천 향배다. 여기에 문중의 향배, 지연·학연의 움직임이 출마 예상자들의 출마 결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군수는 선거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고, '2020 일류 전원 도시 청도'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개발촉진지구 지정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을 성사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임기 동안 청도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펼쳐놓은 각종 사업의 매듭을 짓기 위해 재선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하수 전 대구대 겸임교수는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 네번째 도전장이다. 내년 초부터 조직을 가동할 계획인 그는 "청도의 변화를 위해 젊고 유능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새 지방 발전 모델을 개발해 청도 공동화 현상을 막고, 상설 소싸움장 개장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규 경북도 감사관은 주말마다 읍면을 누비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안 감사관은 "30년간 경북도청에서 근무하며 고향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고, 행정 공백이 없는 본인이 청도 발전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봉 영남대 교수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는 "박씨 문중에서 군수가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고, '대안'으로 꾸준하게 권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한국포럼 대표인 박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MB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 점을 들어 공천을 기대하고 있다.

민선 1~3기 군수를 역임한 김상순 전 군수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중도하차한 김 전 군수는 주변의 권유와 여론을 저울질하며 출마를 고심 중이다. 김 전 군수는 "청도는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 콘텐츠가 필요하며, 상설 소싸움장 개장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김희갑 한나라당 외교통상분과 부위원장은 청도를 도농복합도시로 변모시켜야 한다며 움직이고 있고, 이광동 써브감정평가법인 대구지사장도 도시계획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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