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이때 음식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하면 더욱 좋겠다. 조미료 없이 정성만 가득 들어간, 맛깔난 밥상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외가집'(053-255-7277)을 찾았다. 정은희 사장이 5년 전 문을 연 이 가게는 식당 건물이 아닌 살고 있는 주택을 식당으로 이용한 가정집이다. 식당 골목도 아니고 넓은 공간도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특히 입맛 까다로운 주부 모임 장소로 자주 꼽힌다. 단체 손님들이 편안하게 집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인터넷 맛 카페 운영진들도 회의를 할 때면 이 집을 자주 찾는다고. 집이라 편안한 분위기는 덤이다. 아랫목에 앉아 밥상을 받으면 얼었던 마음도 저절로 녹일 수 있을 것 같다.
정 사장은 결혼하기 전부터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한정식, 폐백음식 등 여러 가지 요리를 꾸준하게 배우다가 8년 전 우연한 계기로 식당을 개업했다. 베네시움 내에 '엄마손'이라는 찌개 전문점을 했는데, 예상 외로 호평을 받았다.
"일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집 밥을 그리워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조미료 없이 담백하게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처럼 차려냈어요.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았죠."
그 후 베네시움에서 나와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게가 아닌 집을 식당으로 차린 것은 '밑천'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집 분위기에 어울리는 메뉴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한정식을 하게 됐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1인당 1만원짜리 밥상은 제법 격이 있고 푸짐하다. 전채요리로는 구절판, 돼지고기 보쌈, 잡채, 명태전, 양상추와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 황태구이, 굴무침 등이 나온다. 밥에는 된장찌개와 쇠고기장조림, 버섯무침, 우엉조림, 명태 보푸라기, 더덕무침, 과일샐러드, 생선 등 깔끔한 반찬이 곁들여진다. 여기에 해물요리를 더하면 1만5천원, 갈비찜까지 나오는 상은 2만원이다. 돌잔치, 백일잔치도 자주 열린다.
이 집 요리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것. 꼭 필요한 메뉴만 엄선된 느낌이다. 양상추 샐러드도 잡다한 소스 대신 식초와 설탕 등으로 깔끔하게 맛을 낸다. 멸치볶음 하나에도 호두를 넣어 고소한 맛을 가미시켰다.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 덕분에 식사 후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돼지고기 보쌈을 내기 위해 김치를 3일마다 담그기 때문에 신선한 겉절이를 맛볼 수 있다.
식당 밀집 지역도 아니고 넓은 공간도 아니지만 입소문으로 손님이 이어지는 비결은 뭘까. 정 사장은 "비결은 절대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방송3사의 취재 요청이 끊이지 않는단다. 부엌이 좁고 바빠 방송 촬영은 마다해왔지만 그 인기를 방증한다.
'비결이 없다'고는 하지만 플라스틱이 아닌 도자기 그릇을 사용하고 수저 받침대를 이용해 손님을 접대하는 정갈함과 뜨끈한 숭늉으로 마음을 풀어주는 정성이 그 집의 비결이 아닐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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