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공 좀 똑바로 차봐.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거밖에 못 차나?"
14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 함지산 등산로 입구 두발로풋살장. 창단을 앞둔 북구여성축구단(감독 류선욱) 선수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공 차는 소리와 독려하는 소리로 한바탕 시끌벅적하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와 짧은 추리닝 반바지가 다소 어색한 아줌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앳된 이가 눈에 띈다. 코치 겸 선수로 활동 중인 조미경(22)씨.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그 실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아 보인다. "축구에 대한 사랑을 억누를 수 없어 북구여성축구단의 선수가 됐다"는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단 스트라이커다. 한창 공을 요리조리 차던 조씨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낸다. 연습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도착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연락하기 위해서다. "다들 아이 돌보랴, 가정일 하랴,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모이는 데도 시간은 좀 걸리죠. 하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진짜 선수들 못지않아요."
북구여성축구단은 이달 말 창단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선수를 모집했고 그 결과 15명의 여성들을 모으게 됐다. 막내인 20대 조씨부터 45세 중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아직까지는 기초를 다지는 훈련으로 대부분의 연습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공에 대한 친숙함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개인기 훈련인 셈이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입단한 주부도 있었지만 공을 차다 보니 욕심이 생겨 이제는 선수로 전환한 사람들도 많다"고 그녀는 귀띔한다. 주장을 맡고 있는 김주연(39)씨는 "처음에는 공 따로 몸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공과 많이 친숙해졌다"며 "그동안 체계적인 지도를 받아 실력이 놀랍도록 늘었다"고 했다.
정식훈련은 1주일에 3일(6시간)을 하지만 조씨의 경우는 토요일 오전에도 이곳을 찾아 유소년축구단을 지도한다. "학교 축구선수로 활약할 때는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이 항상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축구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의 010-4545-2107.
글·사진 정용백 시민기자 dragon102j@hanmail.net
도움: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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