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여의사는 커플 매니저에게 결혼의 최우선 조건으로 시아버지의 직업과 경제력을 내걸었다. 남편은 웬만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남과 섞일 정도의 직장이면 되는데 비해 시아버지의 스펙은 아주 까다로웠다. 시어른이 재산가일 것이며 집을 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손자 교육까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이 여의사는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알부자로 소문난 남자와 결혼했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의 최근 결혼 트렌드 중에 하나가 남편의 능력보다 시아버지의 능력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직업·재산 능력을 고루 갖춘 남자와 결혼하려면 요구 조건도 많을 뿐 아니라 시집가서 기펴고 살지 못할 바엔 차라리 한 두가지 모자라더라도 경제적 실속을 챙기겠다는 심리다.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도 한몫 한다.
남자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남자 의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성 상대는 전문직 여성이 아니라 대기업 여직원이었다. 배우자의 사회적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지적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능력과 외모가 어느 정도 검증됐고 사회생활을 통해 융통성과 이해력이 높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기업 여직원이 전문직 여성보다 안정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계산이 숨어있다. 여의사나 전문직 여성은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사회구조상 오랫동안 안정된 수입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속셈이 작용한 것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결혼시장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전문직 아들을 둔 엄마가 신부집으로부터 몇 억을 받았느니, 시어머니 될 사람이 신부집에 몇억을 요구했다는 소리까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부잣집 자녀와 결혼시키려면 미국 유학은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유학 보낼 형편이 안되면 뉴욕이나 명문 대학이 몰려있는 동부 아이비리그쪽으로 어학연수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엄마들의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미국에 가야 부잣집 자녀를 만날수 있는 이너 서클안에 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어떤 업종의 미래가 밝다'는 기사 한줄에, '어떤 업체가 어렵다'는 루머 한마디에 결혼 상대 이상형 그래프가 출렁이는 결혼시장. 경기에 따라 결혼 상대자의 최고 스펙이 요동치는, 그야말로 시장의 논리가 빠르게 작용하는 요지경이 최근 결혼시장의 경향이다. 대한민국의 선남선녀들이 그만큼 영악해졌고 세상 사는 이치에 밝아졌다는 말이다. 결혼이 비즈니스가 됐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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