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범어동 시민체육공원 내집처럼…배철규씨

올해로 3년째 '범어동 시민체육공원'을 청소하는 배철규(63)씨. 그는 이곳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공원을 자기 집 가꾸듯 어루만진다. 여기저기 그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또 공원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있으면 언제나 아저씨를 찾으면 다 되는 이 공원의 '맥가이버'.

이곳에서 게이트볼 치는 어르신들을 위해 수도가 멀리 하나뿐이어서 불편하다며 물 떠다주기, '매일 화장실 청소하기, 의자 가져다 놓기, 시계 달기, 지팡이 만들어 주기, 나무심기, 힘들어 하시는 어르신 부축하여 큰길까지 모셔다 주기,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토끼 다섯 마리 풀어 키우기….'이 모든 게 배씨가 하는 봉사이다.

범어2동 장순자(64)씨는 "정말 언제 보아도 한결같이 열심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베풀고 친절하게 하니까 모두가 인정을 해주어 너무 즐겁고, 깨끗한 환경에서 운동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젠 이 공원에 정이 듬뿍 들어서인지 매일같이 보이던 분이 며칠 나오지 않으면 '어디가 아프신가' 몹시 걱정이 된다고 한다.

두 자녀도 이제 장성해 모두 공직에 몸담고 있다는 배씨는 공직생활(동구청)을 했으며 정년을 마치고 평소 부지런함이 몸에 배 놀 수가 없어 자칭해서 구청에 부탁하여 돈은 안 주어도 좋으니 공원 청소를 하게 해달라고 해 '희망근로'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2시간씩 인근에 있는 '수성공원', '범어공원'도 청소한다.

"청소를 하며 땀 흘리니 운동을 따로 할 필요 없이 건강도 지키고 주변 환경도 깨끗하게 하니 운동 나오신 분들이 기분이 좋을 것이고 남을 위해 뭔가를 베풀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보람을 느낀다"며 "하지만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을 현대식으로 고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한다.

"청소를 하다 보면 요즘같이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제일 바쁘다"며 비질하는 아저씨의 손이 분주하다.

글·사진 최유선 시민기자 yousun@hanmail.net

도움: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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