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영국 런던의 뒷골목. 사창가 '화이트채플'에서 끔찍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피살자는 다섯 명의 매춘부들. 시신은 목이 잘리고 장기(臟器)가 사라진 처참한 상태다. 범인의 정체는 온갖 가설 속에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미스터리다. 자신을 '잭 더 리퍼'(토막살인자)라고 밝힌 얼굴 없는 용의자의 조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다음달 24~26일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살인마 잭'은 바로 이 '잭 더 리퍼' 실화를 무대로 옮겼다. 체코 원작을 각색했다. '핏빛 로맨스'라는 홍보 문구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공연 시기가 의외인 듯 하지만, 작품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살인마 잭'은 '누가, 왜?'라는 호기심을 솜씨좋게 풀어간다. 런던 강력계 수사관인 앤더슨은 잭 더 리퍼 사건의 뒤를 쫓고 있다. 도무지 오리무중인 채 살인은 이어지고, 어느날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젊은 외과의사 다니엘의 방문을 받는다. 다니엘은 자신의 연인인 매춘부 글로리아를 위해 '잭'이라는 인물에게 거액을 주고 살인을 의뢰했노라고 고백한다. 끔찍한 병에 시달리는 글로리아는 신선한 장기가 있어야만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수사팀은 함정을 파고 마침내 잭과 맞닥뜨리지만, 끔찍한 진실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살인마 잭'은 복잡한 스릴러의 이야기를 꽤 개연성있게 전개한다. 1년전, 3년전 식의 플래식 백으로 진행되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잭과 어떻게 연락을 취하느냐는 형사의 질문에 '그건 저도 모르지만, 제가 필요할 땐 알아서 찾아옵니다'는 다니엘의 대답은 강력한 복선이다(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 대목에서 잭의 정체에 대해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앤더슨과 다니엘이 마침내 잭과 맞닥뜨리는 장면은 '지킬 앤 하이드'의 저 유명한, '컨프론테이션'(Confrontation·대적)을 떠올리게 한다. 잭은 도덕과 위선에 가려진 우리 내면의 욕망의 화신이다. 돈에 눈이 뒤집혀 살인을 부추기는 신문 기자 먼로도 또다른 잭이다.
런던의 음산한 뒷골목을 그대로 옮긴 무대도 인상적이다. 회전형의 무대는 매춘부들의 호객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다니엘과 글로리아의 순수한 사랑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빠르게 변신한다. 다니엘에 안재욱, 김무열, 신성록, 앤더슨에 유준상, 민영기, 잭에 김원준, 최민철 등이 출연한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공연 시간은 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3·7시, 26일 오후 3·7시. 053)422-4224.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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