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과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구룡포 과메기. 야들야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 쪽파 등과 함께 김이나 생미역, 다시마에 얹어 초고추장을 푹 찍어서 돌돌 말아먹으면 차디찬 겨울도 어느덧 훈훈해진다. 대표적인 겨울철 별미로 서민들의 술안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과메기의 본고장 구룡포는 파도소리 요란한 바닷가 곳곳이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 행렬로 장관을 이루고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도 바빠진다. 덕장에 걸린 과메기들은 겨울바다의 쪽빛과 차가운 파도소리와 어울려 겨울 구룡포를 한 폭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룡포 과메기는 구룡포 지역의 건조하고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기후 덕분에 비린내가 나지 않고 쫄깃하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바닷바람이 꽁치를 살짝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과메기 비린내를 없애주고 진득한 맛을 넣어준다. 예전엔 청어를 이용했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 청어가 잡히지 않자 가격이 저렴한 꽁치를 이용하고, 건조방법도 햇볕이 아닌 그늘에서 해풍에 의한 건조숙성법으로 과메기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식지 않는 '베진과메기' 열풍
구룡포 과메기는 꽁치 1마리를 통째로 건조시킨 통과메기보다는 현대인이 먹기 좋다는 이유로 베진과메기가 훨씬 인기다. 꽁치를 살짝 씻어 15일 이상 그늘에 건조하는 통과메기는 구룡포의 차디찬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익어가지만 물컹물컹한 식감과 심한 비린내로 일반 소비자들은 외면한다. 그러나 구룡포 사람들은 반쯤 부패된 통과메기를 즐겨 먹으면서 꽁치 내장 채 숙성된 과메기의 속맛을 즐긴다.
꽁치를 양쪽으로 가르고 내장과 뼈를 분리해 다시 깨끗한 물에 씻고 3, 4일 건조한 베진과메기는 칼로 베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구룡포 과메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베진과메기는 건조하는 동안 꽁꽁 얼리면 맛이 반감된다. 건조기간 동안 얼면 기름기가 많고 검붉은 과메기 고유의 인상은 사라지고 막걸리 한 잔 먹고 눈추위에 허옇게 얼어버린 아저씨처럼 버석버석해 맛과 영양이 떨어진다. 과메기는 구룡포를 중심으로 동해안지역 토속음식이었으나 이제는 전국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점령해 버렸다.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을 비롯해 숙취해독,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으로 인식돼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즐겨 찾는다.
특히 소주 한잔에 어우러진 겨울철 안주로는 최고로 꼽힌다. 밥반찬으로도 좋은 음식이지만 추운 겨울 소주잔과 곁들이는 과메기는 하얀 겨울밤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둘도 없는 친구다. 과메기는 진공포장 등 냉장 기술의 발달로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식품이 됐지만 겨울에 먹는 맛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과메기 예찬이다.
◆다양한 과메기 요리
구룡포 덕장에서 말린 싱싱한 과메기로 회, 초밥, 보쌈, 무침, 구이, 튀김 등을 요리하는 포항 죽도2동 '과메기 특구 김순화 식당'은 과메기 전문 1호 식당이다. 6년째 고향에서 과메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화(51)씨는 김, 다시마, 쪽파, 마늘 등을 곁들여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과메기회는 물론 비린내를 줄이고 과메기의 다양한 맛을 대중화시킨 전문 요리사로 평가받는다.
과메기 초밥은 베진과메기의 등 푸른 부위를 포로 떠서 잘게 썰어 파, 미나리, 김, 고추냉이 등과 함께 섞어 만든다. 과메기 껍질을 일일이 벗기는 등 일손이 많이 들어가지만 김씨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면서 고급 일식집의 생선초밥을 연상시킬 정도로 초밥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다른 생선초밥에 비해 은은한 비린내를 풍기며 쫄깃쫄깃하고 입안에서 감칠맛이 도는 게 일품이다. 주먹밥을 연상시키는 과메기 보쌈은 살짝 데친 배추와 미나리, 깻잎에다 잘게 썬 과메기, 고추, 파, 초고추장 등을 넣는다. 여기에 깨소금과 마늘을 섞어 만든 쌈장과 밥을 혼합해 만들어진 보쌈은 과메기의 역겨운 비린 맛이 사라져 입맛을 한껏 자극한다. 보쌈 3, 4개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낀다.
도라지, 양배추, 당근, 파, 고추, 미나리 등과 과메기를 버무린 무침은 이 식당의 고유비법인 초고추장을 섞자 맛깔스러운 단맛을 낸다. 김씨는 3월에 담근 매실 엑기스를 10월까지 숙성시킨 뒤 고추장과 마늘 등을 혼합해 초고추장을 만들어 최고의 양념으로 사용한다. 감초, 황기, 고춧가루, 물엿, 마늘, 생강으로 만든 양념을 발라 구운 과메기 구이도 이 식당의 자랑거리. 과메기 비린내를 없애고 맛을 더하기 위해 레몬즙을 구이에 뿌린다. 살코기 위주의 튀김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끈다. 다른 반찬에다 과메기회, 무침 등을 조금씩 내놓는 과메기 정식은 직장인 점심용으로 각광받는다.
요즘 밀려오는 단체손님과 택배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씨는 "포항 대표 특산품을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영양 웰빙식품과 맛깔스런 별미식품으로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면서 "당일 직송된 싱싱한 과메기만 요리 원료로 사용하고 과메기가 떨어지면 뒤늦게 손님들이 아무리 주문을 해도 내놓지 않는다"는 고집과 요리 차별화로 승부한다.
전통음식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imn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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