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학창시절, 부모의 고향, 현 주소지, 지역 마인드, 지역 기여도 등.'
고향 까마귀 논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도대체 대구·경북(TK)맨의 기준은 무엇이냐.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내고 이곳에 살고 있다면 논란의 여지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진성 TK에서 벗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타 지역 대구·경북민들도 적잖다. 특히 한두가지 문제로 'TK가 맞냐, 아니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먼저 제17대 대통령 후보 자리를 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치열한 경선을 치렀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부터 보자. 이 대통령은 포항 출신이라고 하지만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만 지냈다. 물론 처가는 확실한 대구다. 그렇지만 현대건설 회장,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지냈다. 지역 마인드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표는 대구 출신이 분명하다. 하지만 학창시절은 서울에서 보냈다. 이후에도 지역에서 먹고산 적은 없다. 주요 생활무대는 언제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구지하철참사를 6년째 추모하는 그의 지역 마인드 점수는 높게 평가해야 할까.
TK의 기준은 있나. 당장 지역의 대표적인 두 거물급 인사들조차 어떤 기준을 어떻게 적용시켜야 진정한 TK라고 인정할 수 있을지 헛갈릴 정도.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TK맨'은 분명히 있다. 이 기준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지역 출신들의 지역 사랑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내리지만 '선천적 TK의 조건(출생, 학창시절 등)에 하나라도 걸쳐지는 분이라면 후천적 TK의 조건(현 주소, 마인드, 기여도 등)을 갖추도록 노력하라'. 이미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TK와 연결이 됐다면 이후엔 지역 마인드와 기여도로 '신TK맨'이 되면 되는 것이다.
◆신대구·경북맨이 되자
30년 동안 외지에서 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타지인들. '신TK맨'이 되면 된다. 1년이든 10년이든 지역에 살며 지역 경제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신TK맨'의 자격은 충분하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도시 대구는 외지인들이 이곳에서 30년을 살아도 '저 사람은 광주사람이야' '넌 하도(부산 또는 경남)에서 왔잖아' '강원도래요' '섬사람(제주도)' 등 쉽게 본류에 합류시켜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불만이 쌓였던 탓인지 지난 10여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구의 여론주도층에도 타지 출신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선천적 조건만으로 'TK맨'을 구분하는 기준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 10여년 만에 과장 자리를 꿰찬 이성두(39·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최근 많이 변한 걸 느낀다"며 "10년 넘게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나의 생활터전이 대구라고 생각하며 고향인 부산보다 대구의 경제 발전에 더 관심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사실 후천적 TK의 기준에서 보면 지역 경제 마인드를 갖추고, 기여도도 충분한 '신TK맨'이다.
외국인인 피에트로 도란(52) 회장 역시 '신TK맨'이 될 수 있다. 그 역시 대구·경북과는 아무런 선천적 인연이 없지만 대구라는 도시에 그 누구보다 애정이 많으며 3천억원대 자본을 대구에 투자한 인물. 도란 회장은 가산점도 받아야 한다. 다들 비관적인 얘기를 할 때도 그는 공개석상에서 "대구는 재력이 충분한 투자 적격지며 분명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원세훈 국정원장은 예전 기준으론 'TK맨'이지만 새 기준으로 보면 'TK맨'이 아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알려진 원 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스스로 'TK 출신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지역의 이해봉 의원이 "속칭 TK 인사입니까, 서울 출신 인사입니까"라고 묻자 "학교라든지 TK와 관계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것. 그의 마인드 속에도 대구·경북은 거의 자리 잡고 있지 않다.
원 국정원장처럼 부모님이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아니면 아주 어릴 때 태어나 거의 기억도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에서 자란 지역 출신 유력인사들이 적잖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역에 한번 올 일도 없다. 지역은행, 지역언론, 지역백화점 이름조차 모른다면 이들은 모두 'TK맨'의 새 기준으로 볼 때 타지인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모두 TK맨(?)
우리 지역 국회의원 27명은 어떨까. 일단 선천적, 후천적 조건을 다 따져봐도 'TK맨'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속사정은 조금씩 달랐다. 월 지역 체류일수와 현 주소지 상황, 자녀들 상황 등을 체크해봤다.
위 세가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응한 지역 국회의원은 18명. 이들의 응답을 보면 지역 국회의원의 월 지역 체류일수는 평균 8~10일 정도였다. 물론 때에 따라 다르다. 국정감사 등 바쁜 일정이 있으면 아예 오지를 못한다. 이들 중 이철우(김천) 의원은 한달에 15일을 지역구에 머물렀다고 답했다. 이한성(문경·예천)·이인기(고령·성주·칠곡)·배영식(대구 중·남) 의원은 12일 이상, 김태환(구미을)·조원진(대구 달서병)·서상기(대구 북을)·박종근(대구 달서갑) 의원은10일 정도 지역에 있다고 했다.
반면 이명박 정권 들어 당직이나 상임위원장, 장관 자리를 꿰찬 이명규(대구 북갑)·주호영(대구 수성을)·이병석(포항북)·최경환(경산·청도) 의원 등은 1~8일로 상대적으로 지역 체류일수가 적었다.
주소지의 경우 대부분 서울과 지역구에 동시에 살고 있는 집을 갖고 있었다. 이인기·이명규 의원은 서울에서 월세로 살고 있으며, 배영식·이철우·정희수·조원진 의원은 전세로 살고 있다. 주소지로만 볼 때 이들은 그만큼 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신TK맨' 기준으로 볼 때 가산점을 더 줄 만하다. 반면 홍사덕 의원은 지역에 살고 있는 집이 없지만 수시로 지역구민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마인드와 기여도 점수를 높여가고 있다.
자녀들의 경우 외국이나 서울에서 학교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정희수·김성조·김광림·주호영 의원은 자녀들이 모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이한성·서상기 의원의 자녀들은 모두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들까지 정통 지역파들도 적잖았다. 조원진 의원은 아들이 달서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배영식 의원의 자녀는 대학 졸업 후 대구에 머무르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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