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이 채 떠나기도 전에 찾아온 매서운 찬바람이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주 내내 겨울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주말을 앞두고도 여전히 쌀쌀한 아침저녁 기운이 늦가을의 화려하고 따스한 온기를 다시 느끼기엔 이젠 틀린 듯하다. 왠지 마음조차 싸늘한 겨울이 벌써 자리 잡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저만치 다가와 있는 12월이 서운하기만 하다.
11월 29일, 내일은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3명의 작곡가의 탄생과 사망이 얽혀 있는 운명적인 날이다.
첫 번째 인물은 르네상스 말기 이탈리아의 현악기 제작 도시로 유명한 크레모나에서 태어나 바로크 오페라의 탄생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으며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의 악장으로도 활동했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5.15~1643.11.29)로 그가 세상을 뜬 날이다.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상 교회음악과 마드리갈(Madrigal·목가적 배경을 가진 이탈리아어 세속 사랑 노래)로 작곡 생활을 시작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앞서 읽어 나가는 '전위적'인 기질과 전통적인 기법의 준수라는 양식을 자신 안에서 잘 혼합해 내어 '제1작법'(prima prattica 혹은 구양식·stile antico)과 '제2작법'(seconda prattica 혹은 신양식·stile moderno)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몬테베르디가 말하기를 예술작품은 '모든 인간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과연 얼마나 되는 예술가들이 이 소중하면서도 중요한 예술의 궁극적 목적을 잊지 않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 인물은 벨칸도 오페라의 대가, 롯시니와 베르디의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을 잇는 도니젯티(Gaetano Donizetti 1797.11.29~1848.4.8)로 그가 태어난 날이다. 평생 동안 약 70여편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오페라를 작곡한 것으로, (그러자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또한 오페라 작곡을 가장 단시일내에 한 기록(14일 만에 '사랑의 묘약'을 작곡했다고 한다)으로도 유명한 작곡가이다. 오늘날 그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opera buffa·희가극)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2막에서 순진한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는 테너가 부르는 사랑의 아리아로서 도니젯티 특유의 서정성과 아름답고 편안한 멜로디를 잘 보여준다.
11월 29일의 세 번째 인물은 바로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상 베르디와 함께 최고, 최대의 인기 오페라의 대가, 푸치니다. 만년의 푸치니가 66세 생일을 한달여 앞두고 지병이었던 인후암 수술차 와 있던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미 여러 번 이 코너에서도 소개되었던 푸치니는 '라보엠'(La Boheme·1896) '토스카'(Tosca·1900) '나비부인'(Madame Butterfly·1904)로 이어지는 3대 명작이 지금까지도 전세계의 오페라 극장에서 다투어 공연되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오페라 속에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들의 삶은 푸치니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이면서도 테크닉을 자랑할 수 있는 뛰어난 아리아들을 통해 그녀들을 무대 위에서 프리마돈나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2009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성황리에 마치고 올해의 결산을 한참 준비하고 있을 지금 벌써 내년 오페라축제에서는 어떤 재밌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너무 성급한 마음일까.
음악칼럼니스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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