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국문과 교수인 이동순 시인이 시집 '발견의 기쁨'을 출간했다. 시집 제목 '발견의 기쁨'은 그 안에 담긴 시와 꼭 어울리는 제목이다. 이 시집은 시인의 몽골 체험기, 혹은 몽골에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생활에 대한 탄성이나 초원에 대한 미화가 아니다. 시인은 초원에서 삶을, 생활을, 원초적 본능을, 생명을, 집과 고향을, 지혜를 본다.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대초원을 달리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늑대만한 몽골 개 한 마리/ 컹컹 짖으며 달려온다/ 나는 너무도 놀라서 오금을 못 편다/ 개야 저리 가렴/ 난 너랑 같이 놀 틈이 없단다/ 찬란한 햇살이 대초원을 금빛으로 물들이는데/ 나는 개와 마주보고/ 팽팽한 긴장으로 서 있다/ 이리 온/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자/ 뜻밖에도 개는/ 슬금슬금 다가와 이마를 들이밀었다/ 그런 녀석의 이마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네가 심심해서/ 그렇게 달려왔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공연히 너를 경계했었지/ 오늘따라 황금빛 아침 햇살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른 아침-
이른 아침 몽골 초원에서 만난 늑대만한 개 한 마리를 통해 시인은 낯선 초원을, 이방인을, 소통을, 삶을,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째로 이야기한다. 초원에서 만난 돼지에 놀라 정신없이 달아나기만 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돼지에 놀란 그는 '낯설어 두려운 초원'만 이야기했는데….
시인은 몽골을 열 번 넘게 다녀왔다. 갈 때마다 자전거를 가져갔고, 지금까지 1천km 이상을 자전거로 달렸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풀과 메뚜기, 모래와 말똥, 검은 하늘의 하얀 별과 바람을 통역 삼아 몽골의 '정령'(精靈)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름답고 평화롭고, 행복한 시들이다. 125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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