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건넨 명함을 들더니 이런다. "자, 신문사 부분하고 기자라는 부분을 가리면 이름만 남지요? 이 사람은 어떤 경쟁력을 가졌습니까? 자리가 주는 경쟁력 말고 이 사람만의 경쟁력 말입니다."
박봉규(56)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참 자신만만한 사람 같았다. '성실함'은 기본이었고 '변화와 혁신'에 대해 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공직생활을 연명(?)할 수 있었던 50대 초반 그는 명예퇴직했다. 새로운 자아와 만나고 싶었다면서.
박 이사장은 스물세살이던 대학 졸업반 때 행정고시에 합격, 당시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열었다. 지경부에서는 무역, 통상, 외국인 투자유치, 산업 및 기술정책을 맡았다. 퇴직한 뒤에는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2006년부터 2년간 대구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그는 '돌밭의 빨간 고추'를 대구 사람에 비유했다. "깡 말라버린 돌밭에 물을 못 먹고 자란 작고 빨간 고추. 그게 대구사람입니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마음을 열지 않으면 돌밭에서 매운 맛만 뽐내다 끝날 수 있어요." 대구가 가능성은 크지만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외지인 비율이 20%가 넘으면 대구가 바뀔 거예요. 구미, 울산, 창원, 부산 등의 문화가 대구와 다른 것은 외지인의 비율에 있다고 봅니다. 외지인이 대구를 변화시킬 '비판적인 대중(critical mass)'이 되는 날 대구 발전이 시작되겠죠."라고 했다.
'공부론'도 펼쳤다. 그는 새벽 4시40분이면 일어난다. 1시간 정도 뒷산을 오르고 꼭 1시간씩 책을 읽는다. 그는 "공부를 하고 안 하고는 당장에는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천지 차이"라며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조직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 역시 평생 공부했다. 국비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숭실대에서 '외국인 투자유치'를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따냈다.
고향 사랑도 여전했다. 그는 청도 출신으로 칠곡초, 이서중·고, 경북대 법학과를 나왔다. "달서구 성서공단에 약 300억원 규모의 '성서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할 겁니다. 공장만 잔뜩 들어선 공단에 회의장, 쇼룸, 대강당 등을 제공하고 변호사, 회계사 등이 입주하도록 해 사업을 집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이미 정무부시장 시절에 고민했던 사업이다.
가치관에 대해 물었다. 즉각적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신뢰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제 인생관인데 정말 맞는 말 같지요? 앞으로도 믿음을 주는 사람, 믿음을 주는 공단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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