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주유소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주유소는 '폴사인(상표표시)제'를 폐지한 1년 동안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고, 지점으로 5개의 주유소를 더 냈으며 인근 주유소들의 기름값 인하에도 한 몫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특정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한 '폴사인(상표표시)제'를 폐지했다. 주유소가 싼 정육사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유통 과정의 거품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오일할인마트는 지난해 9월 2억원의 자본금으로 대명지점 주유소에 첫 상표표시를 하지 않는 무폴주유소 문을 열었다. 이 주유소는 무폴주유소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대박'을 터트렸다. 다른 주유소들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고객들이 꼬리에 고리를 물어 매출이 무폴 시행 초기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장사가 잘 되자 ㈜오일할인마트 브랜드로 대구에 4개, 경산에 1개 등 5개 지점 주유소를 더 냈다.
이 주유소가 이처럼 성장한 배경은 뭘까? 답은 '박리다매(薄利多賣)'에 있다. 한마디로 싼값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을 공급받아 고객들에게 싸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에 지불하는 상표값이 없어진데다 정유사가 경쟁적으로 싸게 공급하는 바람에 자연히 기름값이 내려갔다.
그럼 어떻게 해서 정유사들로부터 싸게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 이 회사는 매일 기름을 공급받는 정유사가 다르고, 대량으로 공동구매를 한다. 현재 10군데 주유소와 판매소가 함께 공동 구입을 하는데,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정유사들과 직거래를 해 중간 마진을 없앴다. 정유사들로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도 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무료 셀프세차장을 운영하고, 고객을 대상으로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어 쌓은 포인트만큼 기름값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회사 주유소들이 무폴을 시행하자 처음에는 주변 주유소들의 반발이 심했다. 임대료 등을 지불하고 일정한 마진을 봐야 하는데 이 주유소가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바람에 마진이 줄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 무폴주유소가 저질 기름을 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의 조사가 수시로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유사들로부터 정품 기름을 받아 공급한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주변 주유소들도 더 이상 고객들을 빼앗길 수 없다고 판단, 기름값 인하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싼 값에 기름을 넣을 수 있어 반기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는 몇 백원 몇 천원의 기름값이라도 아끼려는 알뜰고객들이 많다.
㈜오일할인마트 김중호 사장은 "상당수 주유소가 무폴주유소를 하고 싶어하지만 특정 정유사와 맺은 전속계약 문제가 남아 있고 브랜드를 떼고 경영할 경우 혹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부분 주유소들은 특정 정유사와 배타적인 제품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폴사인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당장 혼합판매에 나설 수 없는 처지이다. 제품공급계약 기간은 주유소별 차이가 있으나 담보제공과 함께 보통 1, 2년, 최장 5년까지 계약을 맺고 있다.
김 사장은 "무폴시행 1년 동안 소비자 가격을 많이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공동구매 확대를 통해 더 싼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고 제휴 주유소들도 더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무폴주유소=주유소들 중 SK에너지, LG칼텍스, 현대오일 등 특정 정유회사 상호(폴)을 내걸지 않고 이들 정유사들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주유소를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브랜드 주유소들의 규제를 풀기 위해 간판과 다른 정유사 제품을 팔 수 없도록 한 고시를 없애고 주유소가 싼 정유사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해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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