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안도 설득력도 부족" 대구경북 민심 미지근

이대통령 '세종시 강행' 각계 반응

"세종시 수정 조성으로 직간접 또는 잠정적인 피해를 입을 다른 지역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TV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를 행정중심도시에서 교육과학 경제중심도시로 수정조성하는 데 대해 "지난 대선 당시 표를 의식해 이전 정부 결정을 공약했다"고 사과했지만 세종시 수정조성 강행 의지를 밝히자 대구경북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조진형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상임대표는 "국민과의 대화가 대통령의 명확한 뜻을 확인하는 계기는 됐지만 국민 다수를 설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다음 정권 때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0일 '수도분할은 안 되고 국민분열은 된단 말인가'라는 주제의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의 담화는 세종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대안이 안 된다"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구미와 대구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설명은 국토균형발전을 포기하려는 것으로 대안도 없고 설득력도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대구시는 대통령이 밝힌 세종시 발전방안에 '의료 분야'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대통령이 세종시로 인해 다른 지방 도시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한 만큼 당분간은 청와대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구경북이 추진중인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발전 방안에 포함된 만큼 '사업 중복'에 따른 정부 지원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을 볼 때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 벨트 구축은 확실히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이럴 경우 대구경북이 추진중인 사업과 중복된다"며 "국회를 통해 세종시는 기초과학 위주로, 대구경북은 산업 친화적인 분야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지역 경제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아직 정부의 최종 수정안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대통령의 말처럼 행정도시가 갈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특정 지역 개발을 위해 다른 지역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마지막 남은 최종 수정안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상의는 또 "포항의 경우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례가 많은데 정부가 세종시에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면 기업이나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역으로 포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고 했고 포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최종 수정안을 지켜보고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포항경실련은 "대통령의 토론을 지켜보았지만 대통령의 약속과 정부의 최종 수정안이 일치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행정도시를 교육과학도시로 만들려고 하는데 아태이론물리센터나 막스플랑크연구소 같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과학연구기관을 옮겨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최종 수정안이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발표되면 영원히 바꿀 수 없는 만큼 우리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이 함께 힘을 모으고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에 대한 공식 입장표명에 대해 세종시의 자족기능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타지역의 균형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관용 경북도 지사는 30일 "조만간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겠지만, 이 안으로 인해 지방기업이나 지방균형발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특히 지역에 유치한 기업의 이전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지방으로 옮기려던 기업이 세종시에 투자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희·이재협·김병구·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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