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영수· 권오준, "부상 후유증 끝, 부활투 보라"

2006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 배영수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6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이어 권오준은 마운드에 서자마자 한화 이글스의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1과 2/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공을 넘겼다. 그 경기에서 4대0으로 이긴 삼성 라이온즈는 여세를 몰아 2년 연속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10시즌에는 '배영수-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삼성 마운드의 필승 공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올해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내년 비상을 준비 중이다. 다만 정상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는 마운드 강화가 선결 조건. 강력한 구위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배영수와 권오준이 부활, 선발 투수진과 불펜에 가세한다면 챔피언 자리를 탈환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2006시즌 뒤 배영수와 권오준은 우승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배영수는 오른쪽 팔꿈치 수술 이후 2007시즌을 통째로 걸러야 했고 권오준 역시 2008년 같은 수술을 받았다. 특히 권오준에겐 이 수술이 두 번째. 재기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는 "재활만으론 통증이 가시지 않아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통증 때문에 괴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8년 복귀한 배영수는 예전같지 않았다. 올해는 더욱 참담했다. 1승12패, 평균자책점 7.26를 기록, 에이스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시즌 초반 몇 경기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은 뒤부터 저조한 페이스가 이어졌다. 내 실수이기도 했고 운도 따르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것이 배영수의 설명. 1년 넘게 마운드를 떠났던 권오준도 올 후반기 두 차례 시험 등판했으나 강속구는 아직 찾지 못했다.

배영수에게 내년 시즌 부활은 절박하다. 복귀 후 세 번째 시즌마저 헤맨다면 그에게 또 기회가 주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2010년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해여서 더욱 옛 모습을 찾아야 한다. 배영수는 "잘 해야 한다. 내년 시즌은 인생의 전환점이다. 올 시즌엔 구단에 빚을 졌는데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권오준은 최근 마무리 훈련에서 안정된 투구로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선수 생명을 건 수술을 이미 두 차례나 경험한 터라 내년을 준비하는 권오준의 자세는 신중하다. 그는 "현재 통증이 거의 없고 몸도 가볍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내년 7월이면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 익히고 있는 2, 3개의 구종 중 1, 2개는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연마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도중 오른쪽 어깨 근육이 찢어졌던 오승환은 재활에 성공, 부상을 털어냈다. 이제 배영수와 권오준이 재기하면 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의 선봉에 섰던 마운드의 구심점을 모두 찾는 셈. 남다른 승부욕을 갖춘 두 투수가 내년에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 강력한 삼성 마운드 구축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기대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