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대통령이 오늘 대구경북을 찾았다. MB의 방문은 취임후 2년 만에 벌써 네번째다. 낙동강 살리기사업 기공식 참석이 명분이다.
하지만 정작 관심은 세종시 사태로 불거진 각 지역의 반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그 해법에 쏠리고 있다.
MB가 세종시 사태 당사자인 충청권은 물론 세종시를 행정중심에서 교육과학 경제중심도시로 수정조성하는데 따라 직간접 피해를 입을 대구경북에 흡족한 '당근'을 시도민들은 기대하고 있지만 지방을 위한 근본처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수도권 규제완화, 세종시 수정조성 방침 등에서 나타나듯 MB정부의 '반 지방, 반 분권적' 결정은 우연의, 또 일회성 정책결단이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B의 지방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MB의 삶은 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방직전 태어나 고단한 삶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였던 소년에서 온갖 간난을 물리치고 최고지도자가 된 MB 삶의 궤적은 한 개인으로 보면 '신화'라 불러도 될 듯싶다.
MB의 젊은 시절은 가난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성냥팔이, 붕어빵 장사, 과일 행상 등을 하며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어렵게 진학했다. 그야말로 삶과의 절대적인 투쟁 속에서 '생존'이 유일한 목표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옛 중앙정보부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취직을 못 하다가 현대건설에 입사할 당시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취업의 벽을 뚫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현대건설에 입사해서는 1년차 때 태국 현장에서 폭도들로부터 목숨을 걸고 회사 금고를 지켰고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에 불도저로 맞서며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했던 일, 입사 5년 만에 이사를 달고 12년 만에 사장이 된 MB의 직장생활은 '샐러리맨 신화'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두 차례의 국회의원을 거쳐 재수 끝에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청계천 복원사업 등으로 국민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대통령 당선의 길을 텄다.
MB 개인에게 암담한 미래를 돌파할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와 원천은 또 생존방식은 '실력과 차별화'였다. 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선 그 어떤 정리(情理)도 배제하고 철저한 경제논리, 효율성을 잣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MB의 지방행정 경험은 '서울시장' 이 전부다. 서울이 어떤 곳인가. 돈과 인재가 몰리는 대한민국의 절반이다. MB는 그나마 우리 나라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서울, 아니 '서울공화국'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에 지방은 오히려 그 경쟁력을 갉아먹는 걸림돌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세종시를 바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의식과 정치적 순수성이 맞느냐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여기서 MB가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점이다. 이는 기업 CEO적인 시각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정부운영의 효율성이 우선된 인식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인사들도 대부분 수도권 중심주의자들이다. MB의 정치적 기반도 수도권이다. 지방에 대한 애정을 요구하는 것이 순진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MB정부의 지방정책은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등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걸쳐 놓고 립서비스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종시는 어떻게 탄생했나. 수도권 집중의 폐해로 국가적 재앙이 예견되자 이전 정부가 정치적 선택, 정치적 결단을 내린 사업이다.
MB가 세종시의 틀을 바꾸려고 하게 된 배경에는 지방에 대한 인식에 더해 어떻게 보면 서울에, 수도권에 '반란'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지방민들의 자업자득이다. 이제 지방은 대통령에게 땜질식으로 '선물' 하나를 기대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도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지방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통과되든, 안되든 장기사업인 만큼 다음 대선때도 문제화될 것이다. 지방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진정 지방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가진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 지방이 단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춘수 사회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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