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 즉 자아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수세기 동안 노력해왔다. 심리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철학과 달리, 심리학은 특정한 개념의 정의를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그 개념을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측정'함으로써 그 개념의 이해를 추구한다. 자아에 대한 심리학적 탐구 또한 이 궤도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가 거울이다. 거울을 이용한 자아연구에서 대표적인 것이 '립스틱 검사'인데, 이 검사를 이용하면 자아가 언제 나타나는지 규명할 수 있다. 먼저 아기의 코나 얼굴에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을 보여준다. 그 후 아기가 그 자국을 인식하는지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6~12개월 된 아기들은 거울에 비친 얼굴이 자신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12개월 정도 성장하면 아기들은 조금씩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 후 18개월 정도 되면 아기들의 절반이 자신을 인식하고, 20~24개월 된 아기들은 약 65% 정도가 자신임을 인식하여 자국이 있는 부위를 만지거나 지우려고 한다. 즉 자아에 대한 개념은 2세 이후에야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인식한다. 사실 거울에 반사된 모습은 빛에 의해 생성된 상이다. 따라서 거울이 우리의 원래 모습을 반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상은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물체의 크기다. 즉 거울은 물체와 상의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의 크기는 항상 실제 물체의 반에 해당한다. 여성들이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즉 자신의 얼굴이 실제보다 더 작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자신의 얼굴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얼굴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뀐다. 잠에서 막 깼을 때의 푸석한 얼굴, 세수한 후의 생얼, 곱게 꾸민 뒤의 얼굴 등등. 이렇게 변화하는 얼굴 중 어떤 얼굴을 우리는 자신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한 연구에서 실험대상자들의 생얼을 찍은 뒤 그 얼굴을 미남(여성의 경우 미녀)과 선천성 안면 기형인 사람들의 얼굴과 합성하여 미남(혹은 미녀)과 추남(혹은 추녀)으로 만들었다. 이 때 합성된 사진과 자신의 사진을 제시한 후, 자기 사진을 선택하라고 하면 자신의 생얼보다 더 매력적으로 조작된 얼굴을 자기 얼굴로 인식할 뿐 아니라 식별 속도도 훨씬 빠른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는 실제보다 우리 자신을 더 매력적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왕자병과 공주병을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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