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마약없는 밝은 사회를 만들자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약이 있다. 사람의 병을 고쳐 건강하게 해주는 이로운 약과 몸과 마음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해로운 약이 있다. 이렇게 약에는 이중성이 있다. 잘 쓰면 약이요, 잘 못 쓰면 독이 된다는 옛말이 딱 들어 맞는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계속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마약 성분약인 페티딘이 들어있는 진통제가 간혹 사용되고 있지만 이 약을 남용해 상습적으로 투여한다면 약물 의존성이 더욱 악화돼 약물 중독으로 고통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렇듯 마약 성분으로 분류된 약들은 의약학적으로 볼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약이지만 오'남용의 문제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엄격하게 통제, 관리되고 있다. 원료 수급에서부터 생산, 유통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철저하게 대조, 확인함으로써 오'남용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덕분에 의약품인 마약류에 의한 사회적 파장은 별로 많지 않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은 환각 상태에 빠져드는 대마초와 필로폰 등 불법 마약이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마약 사범들의 검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황폐해져가는 그들의 몸과 마음이 눈에 선해 가슴이 아프다. 마약이 우리 사회에 파고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불우한 가정 환경, 한걸음만 내디디면 향락과 쾌락에 빠질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 사회 풍조 등 한 개인의 의지에만 모든 책임을 지우기에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마약퇴치 운동에 앞장선 지 어느새 20여년이 되어간다.

마약 퇴치의 해법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예방보다 더 좋은 치료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방하지 못했다면 재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에서는 마약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귀 프로그램인 '단약(斷藥)을 위한 라파교정교실'을 전국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라파'는 히브리어로 '치료하다'라는 말. 재활 의지를 높이고 정상적인 사회 복귀가 가능하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약의 유혹은 끈질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마약 중독자 37명 중 지금까지 단 한명만 재범해 재범률 3%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대구지부는 관내 초'중'고등학교에서 300회 이상, 8만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올바른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부터 약물 중독에 대한 해로움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약 투약자를 무조건 범죄자로 낙인시키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보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한때 실수한 투약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면 마약 없는 밝은 사회는 우리에게 성큼 다가올 것이다.

김계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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