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수요층 잡아야 불패" 대구 아파트시장 중소형 바람

주택업체 공급전략 수정 잇따라

대구 달서구 월배지구에 아파트 건축 사업을 준비 중인 한 업체는 9월 대구시에 사업승인 변경을 신청했다. 기존 중대형 평형을 없애고 단지 전체를 중소형 평형대(33평 이하)로 바꿨다. 가구 수는 1천439개에서 1천670개로 늘었다.

내년 3월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에 1단계 분양될 'the #' 아파트는 전체 652가구 중 85% 정도가 중소형으로 조성된다.

내년 중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동구 신천동의 한 재건축아파트단지는 조합원들의 선호도가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바뀌면서, 40평형대 가구 수는 줄이고 30평형대를 늘리기로 했다.

아파트시장에서 '중소형' 바람이 일고 있다. 1, 2인 가구가 늘고, 향후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출규제 등 부동산 규제가 언제 강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적고 실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 대구 인구는 2004년 253만9천여명에서 2008년 251만2천여명으로 1.1% 줄었다. 하지만 단독(1인)가구 수는 2004년 85만3천여가구에서 2008년 89만9천여가구로 4.9% 늘었다. 결혼 적령기 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단독 가구의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그만큼 소형주택의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8'27 부동산 대책'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앞당기기로 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대한토지주택공사와 지방공사 등이 짓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전국에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주택업체들은 중소형이 대형에 비해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현재처럼 미분양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중소형 공급을 늘려 안정적인 사업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아름다운사람들 백영기 대표는 "몇년 전까지는 대형 평형이 주택업체엔 고수익 상품이었고 투자자들에겐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가 됐다"며 "하지만 미분양 물량이 많고 단독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아파트시장은 실수요자와 중소형 평형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부동산경기가 비교적 호황이었던 2005년 무렵에는 신규단지에 대형 평형을 대거 포함시켰다. 대형이 수익이 높기 때문이었다. 당시 수성구를 기준으로 보면, 30평형대는 3.3㎡당 700만~800만원에 분양했지만 50평형대는 1천만원을 넘게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2006년 말 이후 부동산경기가 급랭,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사라지면서 대형 평형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형 평형의 공급량은 많지만 실수요자는 제한돼 있어 주인 없는 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 1만7천여가구(9월 말 기준, 민간부문) 중 85㎡ 초과 중대형은 1만1천100여가구에 이른다.

아파트 값도 최근 들어 중소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의 경우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28.8% 상승했다. 이 기간 투자자들이 몰린 132㎡ 이상 대형 아파트들은 30% 이상 오르면서 중소형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사정이 바뀌었다. 아파트시장이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변경되면서 2007년부터 올 9월까지 매매가는 6.6% 떨어졌다. 특히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중대형의 하락 폭이 컸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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